특히 한 회장이 신한생명 부회장을 마치고 재야에 있던 시절에도 서 행장은 한 회장을 극진히 대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 사태의 격랑 속에 발을 담그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는 점과 엘리트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서 행장의 아들 결혼식에서 주례를 본 것도 한 회장이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관계를 넘어 신한 사태 이후 새로운 신한 체제를 만든 동반자인 셈이다.
그런 서 행장의 병세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25일 "혈액암 상태라는 것까지는 보고 받았다"며 "신한의 지배구조가 탄탄한 만큼 자체적으로 잘 수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행장이 건강을 빠르게 회복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다음달까지 차도를 보이지 못할 경우 신한의 후계구도 논의는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한 회장에서 서 행장으로 바통이 이어지는 체제가 성사됐다면 4~5년은 있다가 시작됐어야 할 신한의 후계구도 변화가 급속히 빨라지는 것이다.
신한이 아직 신한 사태의 여진을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이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금융계 관계자는 "차기 행장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행장이 당연히 회장직을 이어받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며 "당장 다음달 이후 열리게 될 자회사경영위원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의 차기 행장 후보는 김형진 지주 부사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조용병 신한BNP 자산운용 대표,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등이 꼽힌다. 한 회장은 이들 가운데 계파 논란에서 보다 자유롭고 내부 신망을 얻으며 은행의 수익성을 확보해줄 후보를 걸러내야 한다. 이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KB와 하나·외환 등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한 회장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신한이 지난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지만 올해는 KB 등이 진열을 재정비해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그만큼 신한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 회장은 일단 다음달까지는 서 행장의 차도를 지켜본 뒤 마음을 굳힐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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