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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금강산과 '○○일보'
입력1999-10-21 00:00:00
수정
1999.10.21 00:00:00
동해항을 저녁 5시30분에 출항한 풍악호는 1시간 만에 「12마일 영해」를 벗어나더니, 느릿느릿 북상하여 10시간이 지난 새벽 3시30분에야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그로부터 2시간 만에 장전항 해역 12마일 지점에 닿자 북측 도선사(導船士)가 승선하여 선장에게서 조타권(操舵權)을 위임받아 2만톤 규모인 풍악호를 항내로 안내한다. 도착시간은 상오 7시 정각, 총운항거리는 119해리(216.6KM)인데 13시간반이나 걸리는 뱃길이었다.지난 10월10일로 금강산 관광객이 12만명을 넘었다니 금강산 유람이라고 새맛이 날리는 없다. 그런데 금강산은 금강산이다. 북측은 금강산 앞에 「천하절승」을 붙여 천하절승 금강산이라고 한다. 남측의 새 우리말 큰사전을 봐도 금강산은 「세계적 명산」이다. 실로 금강산은 『돌이 만가지 재주를 부리며 물이 천가지 재롱을 피우며 나무 또한 기특하니 천하명승이 여기에 다 모인것같다』는 자랑을 실제 눈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그 아름다움을 10대미로 자랑했다는 금강산이다. …기세차고 웅장하고 장엄한 산악미, 물과 돌 또 나무들과 바위들이 조화된 계곡미, 온화하고 아늑한 호수미, 금강의 절경을 동해에 옮겨놓은 해양미, 조선의 기상 금강산을 한눈에 담아보는 전망미, 울창한 수림과 특수식물을 보게되는 수림미, 선조들의 슬기와 재능을 보여주는 건축조각미, 세상의 아름다운 색의 집결체인 색채미, 금강산의 명물인 바람과 구름이 봉우리와 계곡을 감도는 풍운조화미를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의 금강산 뱃길이 열릴 때에(98년 11월 18일 첫 출항) 맞춰 평양출판사가 펴낸 관광안내서 「천하절승 금강산」의 종합해설에 들어있는 구절이다.
그런데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소떼로 판문점을 돌파하며 추진한 금강산 개발은 관광과 남북경협을 한데 묶은「사업」이다. 왜 금강산 개발사업을 추진하느냐하는 물음에 현대는 금강산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 외화를 벌어들이고 남북이 같이 발전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북한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강산은 언제나 그리운 금강산이지만 아직도 아픔을 주는 금강산이다. 장전항 출입검사소 북측 관리는 금강산 관광증의 직장직위를 「석좌교수」로 기록한 일행에게『석좌교수가 뭡네까』하고 궁금해 물었다. 또 한국일보에 소속한 일행은 직장직위란에 「한국」이라는 말은 쓸 수 없어 「○○일보」라고 기입한 관광증을 목에 걸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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