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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테크21」 시동(뇌를 알자)
입력1997-10-01 00:00:00
수정
1997.10.01 00:00:00
김상연 기자
◎“미래산업 좌우하는 보고”/인공지능·뇌질환 약품등 신기술 원천/미는 10년전부터 연구… 집중투자 절실신체기관 중 두뇌는 마지막 남은 미지의 분야다.
뇌는 정보화·고령화 사회를 맞아 인류 복지를 위한 핵심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과기처가 30일 「뇌연구개발사업」(Brain Tech 21)을 발표한 것도 21세기의 거대시장으로 떠오를 뇌분야의 연구에서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미국은 지난 89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90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 10년동안을 「뇌의 10년」으로 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 분야의 연구에만 연간 8천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과학분야에서 「○○의 10년」이라는 법안이 통과되기는 뇌분야가 처음이다. 미국이 뇌연구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인간 게놈 사업」(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사업)의 데이터베이스 작업책임자인 피어슨 박사는 『인간 게놈 사업은 뇌 지도 작성사업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뇌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뇌연구는 매우 열악하다. 학계에서는 국내의 뇌 관련 연구비를 미국의 0.03%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인지과학, 신경회로망 분야, 뇌의약학 등 일부 분야가 연구소와 대학, 병원에서 각각 연구되고 있으나 관련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해 단편적인 연구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서울대 의대의 이경민 교수는 『미국에서 뇌연구가 이처럼 활발해진 것은 불과 10년전』이라며 『앞으로 국내 연구기관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투자를 집중하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선진국이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초창기 학문이기 때문에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얘기다.
정부가 이번 뇌연구사업을 뇌과학과 뇌의약학 분야에 집중한 것도 이 분야가 제품으로 연결하기 쉽고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뇌과학은 음성, 시각, 학습, 추론 등 뇌의 기능을 대신하는 지능형 기계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성으로 대화하며 스스로 배우는 컴퓨터를 개발해 컴퓨터 비서, 컴퓨터 전화안내원, 컴퓨터 가정교사 및 컴퓨터보모, 자동운전시스템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뇌의약학 분야에서도 치매, 뇌졸중 등 각종 뇌질환의 원인을 밝혀 뇌질환 치료기술 및 치료약물 개발에 도전하게 된다.
이수영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D램 반도체처럼 한국 실정에 맞는 분야를 파고들면 선진국에 대해 비교우위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브레인텍 21 사업을 계기로 국내 뇌연구에서도 기초연구와 응용부문이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야심찬 뇌정복 프로젝트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번 뇌사업의 아킬레스건은 무엇보다 전문인력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뇌 관련 전문가를 1천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신경학회 등 관련학회 참석자를 기준으로 한 것일 뿐이며 1백명에서 5백여명까지 사람마다 다르다. 모두들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학계는 해외로 나간 유학생과 교포 과학자들을 불러오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에만 뇌와 신경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인이 1백5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뇌연구가 활발해진 80년대에 연구를 수행해 국내에 없는 첨단기술을 갖고 있다.
이들을 끌어올 수 있도록 국내에 적절한 연구공간을 마련해주는 일과 국민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9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이번 사업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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