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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터진 한나라 내분… 공은 崔대표로
입력2004-02-13 00:00:00
수정
2004.02.13 00:00:00
유성식 기자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이 12일 홍사덕 총무와 박진 대변인의 전격 사퇴선언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두 핵심 당직자의 사퇴는 지도부의 무기력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누적된 불만을 표면화 시키는 촉매가 됐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행동이 최병렬 대표를 직접 겨냥해 결단을 재촉하는 압력이라는 점이다. 홍 총무 등이 “당의 혼선에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만큼 다음은 최 대표에게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당장 이날 상임운영위에서는 한나라당의 위기해소책을 놓고 최 대표측과 중진ㆍ소장파 의원들이 격돌했다. 11일 최 대표 퇴진을 포함한 지도부의 자기희생을 요구했던 원희룡 의원은 “당의 위기가 너무나 깊고 상처도 크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공천, 대선자금, 국가 현안, 정치개혁 등에 대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고 최 대표를 압박했다. 중진인 유한열 의원도 “원 의원의 말이 당돌하지만 당을 위한 충정에서 나왔다고 보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김종하 의원은 “한줌도 안 되는 미래연대가 총선을 2개월 앞두고 `대표 나가라` `전당대회 다시 하자`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직설적으로 반박했다. 이에 최 대표는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 결의안 처리와 FTA비준동의안, 이라크 파병동의안 혼선에 따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홍 총무의 사퇴선언으로 이미 둑이 무너진 뒤였다.
이번 사태는 서 의원 석방요구 결의안의 무리한 처리와 엄청난 비난여론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직접 도화선이 됐지만, 근본 원인은 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원들의 깊은 불신과 총선 위기감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 동안 당을 환골탈태 시키겠다고 했지만, 우왕좌왕하기만 했지 한 게 뭐냐”는 것이다.
남경필 의원은 “새로운 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개혁공천과 인물영입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구시대 정치와 절연하기위한 뼈를 깎는 실천은 있었는지 모든 게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중진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박희태 의원은 “당 때문에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이 안될 지경”이라고 토로했고, 하순봉 의원은 “공천이 끝나면 현 지도부를 뒤로 물리고, 선대위 체제로 당을 꾸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중진은 “최 대표가 당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핑계를 대거나 평론을 할 뿐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들도 조만간 모임을 갖고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수습 여부는 최 대표가 이번 주중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재창당 프로그램`의 내용에 달려 있다. 최 대표의 구상이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경우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숨을 죽이고 있는 서청원 의원 등 비주류와 공천불만 세력까지 `최 대표 밀어내기`에 가세할 공산이 크다. 걷잡을 수 없는 내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성식 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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