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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프라하의 교훈
입력2003-07-03 00:00:00
수정
2003.07.03 00:00:00
2일 밤 11시35분(이하 한국시간) 체코 프라하의 힐튼호텔.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한 1차 투표 결과 잘츠부르크가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평창이 밴쿠버와 2차 투표 개최권을 다투게 되자 정부 예상대로 막판 대역전 극이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었다.
그러나 한시간 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동계 올림픽 유치 도시로 밴쿠버를 발표하자 기대감은 일순간 우려감으로 바뀌었다. 혹시 평창이 밴쿠버에 압도적인 차로 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곧바로 나온 공식투표 결과는 너무나 예상밖이었다. 1차 투표에서는 평창이 밴쿠버를 11표나 앞서며 수위를 기록했으며 2차 투표 결과 평창이 밴쿠버에 3표차로 졌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무명 시골인 평창이 동계스포츠의 본산인 밴쿠버의 벽을 뛰어 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1, 2차 투표 결과를 들여다 보면 전 세계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올림픽 정신은 상실된채 다분히 정치ㆍ경제적인 이권이 개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발표 뒤 가진 간담회에서 “잘츠부르크를 지지했던 사표(死票)들이 밴쿠버로 일제히 몰렸다”며 “당초 우려했던 변수가 막판에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유럽표가 대거 밴쿠버로 쏠린것은 2012년 하계올림픽유치경쟁과 맞물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런던과 파리, 마드리드, 모스크바, 라이프치히 등 유럽의 6개 도시들이 유치를 선언한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인 북미의 뉴욕을 떨어뜨리기 위해 2012년보다 2년 앞선 동계올림픽을 북미 대륙에서 개최토록 밴쿠버에 표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특히 개최도시 선정 투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AP 통신이 밴쿠버가 유력하다고 타전하면서 강원 평창을 `North Korea`로 소개하는 악의적인 왜곡 보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 프라하의 교훈이 진정한 올림픽 정신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재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해본다. 동계 올림픽은 더 이상 선진국들만이 전유물로 여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프라하(체코)=김민열기자(정치부)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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