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서는 사흘 연속으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매수 기조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선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는데다 국내 기업들의 주가도 저평가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135억원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최근 사흘 동안 8,09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4월16일부터 6거래일 연속 1조824억원을 순매도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로써 4월 한 달 동안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도 26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외국인은 최근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최근 사흘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많았던 5개 종목이 모두 IT와 자동차였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를 2,923억원 사들이며 순매수 1위에 올렸고 현대모비스(831억원), 기아차(488억원), 삼성SDI(474억원), 만도(407억원)도 대거 매수했다. 반면 LG화학(-1,133억원)과 현대백화점(-234억원), NHN(-218억원) 등 화학ㆍ내수주는 대거 내다팔았다.
외국인이 IT와 자동차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이들 업종의 실적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1ㆍ4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인 5조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이번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9%, 33.4% 늘어난 2조2,826억원, 1조1,206억원을 기록해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넘어섰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IT와 자동차 대표주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외국인이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이 악화된 화학 종목 등을 매도하고 자동차ㆍIT로 종목 변경을 한 모습도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에 다시 나설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베팅을 하는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6일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를 앞두고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수는 있지만 설령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유럽재정협약의 큰 틀은 깨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한양증권은 "코스피지수 1,900선은 주가수익비율(PER) 9배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며 "최근 2년 동안 그리스 재정위기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 글로벌 악재가 확산될 당시를 제외하면 최저 수준의 밸류에이션이어서 외국인의 보수적 시각에도 변화가 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주형 동양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코스피지수는 1,820포인트 수준에 불과해 유럽재정 리스크 등 최근 악재가 이미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럽연합(EU)의 경제 불안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기 펀더멘털이 양호한 상황인 만큼 시장은 그동안의 하락폭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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