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 그래야 소득세든, 부가가치세든 걷히는 세금이 늘어난다. 지난달과 이달의 수치만 놓고 보면 색깔이 너무 좋았다. 이른바 '고용 서프라이즈'였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썩 긍정적이지는 않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줄고 중장년층은 증가하는 비정상적 현상이 계속되는데다 제조업 일자리는 수출부진 등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가 내년에 본격적인 둔화국면으로 접어들면 심각한 고용한파가 불어닥칠 수밖에 없다. 이달 고용과 비교할 때 반토막 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나라 곳간을 걱정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통계청이 14일 내놓은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수는 2,458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7만9,000명(2.0%) 늘어났다. 올 들어 취업자 수는 매월 30만~40만명가량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문별로는 개인서비스업과 도매ㆍ소매업 등 서비스업에서 51만6,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부진에 허덕이는 건설업에서 6만6,000개의 고용이 창출된 점도 긍정적이다. 임금 근로자 가운데 상용직이 50만5,000명 늘고 일용직은 13만명가량 줄어드는 등 질적 측면에서도 개선의 조짐이 엿보인다. 하지만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 고용 감소세가 매우 심각하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8월(2만7,000개) 19개월 만에 다시 줄어든 후 ▦9월 4만8,000개 ▦10월 5만4,000개 ▦ 11월 8만5,000개 등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조업 일자리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증가 둔화와 기업투자 위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제조업은 일자리의 질이 좋고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전반적인 고용상황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월에도 청년실업은 여전히 심각했다. 40대 취업자 수가 4만2,000명, 50대와 60대의 경우 각각 31만2,000명과 21만8,000명 증가한 반면 20대와 30대 일자리는 각각 4만개, 5만7,000개 줄어들었다. 고용률의 경우도 40대가 78.9%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으며 50대와 30대의 고용률이 각각 72.7%와 72.8%로 엇비슷했다. 25~29세 고용률은 70.3%에 그쳤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내년 기업의 신규채용 감소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청년층은 부모세대처럼 자영업에 나서기도 힘들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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