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만원ㆍ1,000원권 지폐가 발행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새 지폐를 구경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호기심으로 새 지폐의 보존 수요가 증가, 지갑 속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유통 속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새 지폐의 도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신권이 교체될지도 모른다는 다소 황당한 소문이 나돌면서 보존 수요가 더 커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새 1만원권은 1조8,000억원, 새 1,000원권은 1,500억원가량 방출됐다. 시중 지폐 유통물량 가운데 1만원권은 7.8%, 1,000원권은 12.5%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상거래에서는 새 지폐가 쓰이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신권 발행 초기에는 보존 수요가 유통 수요를 압도적으로 능가한다”며 “일반인들이 지갑 속에 새 지폐가 있더라도 실제 거래에서는 신권보다는 구권을 사용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나 일반 기업체들이 마케팅이나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신권 확보전에 나선 것도 유통 속도가 더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1만원권의 뒷면 소재인 ‘혼천의’나 새 1,000원권의 뒷면 그림인 ‘계상정거도’의 한옥 명칭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새 지폐의 도안이 교체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도안이 교체된다면 단명한 신권의 희소성 때문에 소장자들이 상당한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은 “새 지폐 도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도안 교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은은 또 오는 5일 4조원 이상의 설 자금이 방출되면 새 지폐의 병목 현상도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일본의 경우 신권을 발행할 때 구권과 교체 비율이 연간 80%였지만 우리는 5일간 5~6%를 교체했다”며 “설 자금이 풀리면 시중에서 신권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