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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이 21세기를 이끈다
입력2001-08-01 00:00:00
수정
2001.08.01 00:00:00
드라마·공연등 이미지 상품판매·수출 직결문화의 세기가 왔다. 농업과 공업이 담당해 온 산업의 중심 축이 이제 정보 산업을 포함한 지식기반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기반 산업의 중심인 문화산업은 산업 전반으로의 복합적인 연계가 가능할 뿐 아니라 캐릭터, 이미지 산업, 관광 산업 등의 중추가 되는 21세기형 리드 산업이다.
디지털 경제시대로 접어들면서 산업의 중심은 유형의 실물경제에서 무형의 콘텐츠로 바뀌어간다.
세계 인구를 소비로 이끄는 것은 '콘텐츠'와 '이미지'일 뿐 더 이상 국경이 아니다. 이미 발 빠른 선진국들은 문화분야 투자에 사활을 걸어 선점 효과를 노리며 장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문화를 모르면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미지는 앞으로 이익은 뒤로
LG 생활건강의 베트남 지부는 자사 화장품 브랜드인 '라끄베르'가 프랑스 '랑콤'을 제치고 브랜드 인지도 1위에 오르자 쾌재를 불렀다.
홍보력 때문 이라기보다는 베트남에서 인기있는 탤런트 김남주가 광고 모델로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동남아 및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열풍'(중국어 문화권의 한국 대중문화 바람)의 주역도 국내 TV드라마와 음반 뮤직비디오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어필,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은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성과까지 만들어냈다.
국내 드라마 '가을동화'가 대만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촬영지를 답방하는 패키지 관광상품 붐이 일어 현재까지 약 1,800여명 이상의 대만인이 한국을 다녀간 것이다.
또 중국에서 톱스타 반열에 오른 안재욱을 만나는 '안재욱 패키지'나 그룹 NRG 등의 콘서트를 관람하고 방송사 등을 방문하는 '한류 음악여행'등의 관광 상품도 8월 잇달아 운영된다.
그저 '드라마 수출ㆍ음반 판매로 얼마를 벌었다'는 계산은 구시대적 마인드. TV에서 익숙해진 우리 모델 이미지에 대한 친근감은 이들이 등장한 우리 상품을 구매하거나 이들이 광고한 현지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국내 스타들이 모델로 등장하는 모니터, MP3 플레이어, 휴대폰 등의 제품이 중국 내에서 시장 점유율 수위를 차지하며 팔려나가고 있다.
방송사의 야외 촬영지로 선택되기 위한 지자체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궁예의 죽음 장면을 찍은 경상북도 문경 드라마 '태조왕건'야외 촬영지에는 당일에만 300여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굴지의 미디어 기업 MTV와 STAR TV도 국내 음반 업체들과 각각 손잡고 앞 다투어 케이블 및 위성 음악채널을 선점한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TV시청 효과나 음반 판매량이 아니라 여러 산업으로 복합적 파급효과를 낳을 이미지의 창출과 개선효과다. 결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쉽 없이는 성공을 보장키 힘들게 된 것이다.
◇상상력이 부를 만든다
국내 최초 '가수의 산업화 전략'으로 평가 받는 조성모의 등장은 21세기형 부 창출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존재를 알린 그는 치밀한 계산으로 만들어진 '1인 벤처기업'이나 다름없다. 데뷔 초기 조성모의 실력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여타 신인 가수들과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최초로 기획된 '드라마 형태의 뮤직비디오'와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건강하면서도 발라드적인 이미지'로 단번에 국내 시장을 평정하는 데 성공했다.
데뷔 2년 반 만에 800만장의 음반을 판매, 올린 매출도 약 650억원에 달한다. 뮤지컬 '난타'의 성공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엌에서 도마를 두드린다'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난타'는 언어 장벽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아 갔다.
매일 상설 공연되는 극장의 주된 관객 층은 이제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다. '한국에서 꼭 거쳐야 할 관광코스'에 난타를 포함시키겠다는 게 제작진의 계산. '볼 게 없다'라는 우리 관광의 주소를 '볼 수 있게 만든 게 있었냐'로 살짝 돌려놓은 셈이다.
최근 공연계에 '가족형 공연'이 붐을 이루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어린이나 성인층 대상으로 양분되던 공연문화에 틈새시장을 만든 것.
실지로 자녀만을 공연장에 들여보내고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관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 어린이가 아닌 자녀 동반 성인에게 할인혜택을 부여한 공연들은 최근 흥행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투자와 매니지먼트는 예술 질을 높인다
'예술'과 '비즈니스'는 오랫동안 양립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관객의 니즈와 예술성의 동시 정립은 그리 요원한 일만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은 데다 작품성을 겸비한 예술을 관객이 외면할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들어 보여준 공연계의 잇단 행보는 공연산업의 미래를 밝게 한다. 올 1월 대전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에 취임한 함신익(39ㆍ예일대 교수)은 '예술성과 상품성은 동시에 양립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교향악단 내에 마케팅 마인드를 도입해 관객이 원하는 공연을 발굴하는 한편 품격있는 레파토리를 확충하는데 전력, 현재 공연마다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예술관련 사업은 실패 확률이 높은 위험산업 중 하나. 허나 대박을 가능케 하는 것도 제대로 된 투자가 있을 때다.
최근 잇단 성공을 거둔 뮤지컬은 이에 고무돼 '블록 버스터' 급으로 성장했다. 100억을 투자한 공연도 올해 말 등장할 예정이고 10억원 대의 투자작은 올들어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셀 인터네셔널이나 진우예술기획처럼 공연 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한 사례도 올해 첫 선을 보였다.
현대 발레단인 서울발레시어터에 100억원 가량을 투자, 매니지먼트를 관리하고 수익을 나눠 갖기로 한 기획사도 나타났다.
공연장 경영권을 따 낸 벤처 기업이 나왔는가 하면 뮤지컬 전용 극장을 지어 향후 상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곳도 있었다.
처음 코스닥 시장에 음반 업체들이 등록했을 때만 해도 한 그룹 가수의 음반 판매가 주가를 좌우한다는 예상에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쳤었다.
하지만 더 이상 문화와 예술, 오락은 경제에서 먼 다른 동네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이미 산업 전반을 움직이는 연관 산업으로 우리 곁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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