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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몸에 두 지게 지랴?

IMF 외환위기 시절, '가시고기'라는 소설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알을 낳아놓고 떠나버린 암컷을 대신해 알을 부화시키고는 기진해 죽는 수컷 가시고시의 모습을 아버지의 모습에 투영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데 암컷 '염낭거미'의 자식사랑은 이보다 한수 위라고 한다. 암컷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주머니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 알을 낳아 외부와 단절된 공간 속에서 보호한다. 그리고는 알에서 부화된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놓는다. 매년 7월1일부터 7일까지 한 주간은 여성주간이다. 올해로 제7회를 맞는 여성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통계청에서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했다. 지난 2001년도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1.6%로 30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으며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은 일본의 1.36명에 근접한 1.47명으로 30년 전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의 증가와 출산율 감소라는 상관관계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근무여건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직장생활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기란 현재의 여건에서는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 대학진학률이 67.3%에 달하는 우리의 여성 고급인력을 육아와 가사에만 묶어둔다는 것은 인적자원 활용면에서도 현명한 일이 아니다. 또한 여성의 출산과 육아는 차세대 인력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보면 현재의 여성인력 활용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고령사회로 진행돼가는 인구구조 측면에서 이 문제는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 일본이 고령화사회(Ageing Society)에서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되는데 70년에서 95년까지 25년이 걸린 데 비해 우리는 2000년부터 오는 2019년까지 19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도 출산과 육아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출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모성보호관련법을 개정해 산전ㆍ산후 90일간의 휴가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육아문제는 아직도 심각하다. 보육수요는 150만명에 이르는 데 비해 이들을 위한 수용시설은 70만3,000명으로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서도 공공육아기관은 14.3%에 불과하고 시설이 열악한 민간보육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한 몸에 두 지게 지랴'는 말이 있다. 언제까지 여성에게만 두 지게를 지워 둘 것인가. 우리 모두 함께 짐을 덜어줄 때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오종남<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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