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동건(가명)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창구직원은 대출금리예약제도를 소개했다. 대출 실행일에 금리가 올라도 상담 때 받았던 금리를 적용해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이렇게 해서 0.2%포인트 인하 혜택을 봤다.
금융소비자에게 있어 최대 고민은 금리다. 특히 대출금리에 더 민감하다. 지금까지 금리 주도권은 은행이 쥐고 있었다. 최근 들어 변화의 기류가 생겼다. 고객의 발언권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선택권이 늘어난 덕분이다. 똑똑한 금융소비자들이 금리질서도 바꾸고 있다.
11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대출금리예약제도 신청 건수는 1만6,138건으로 월평균 1,800건이 실행됐다. 이 제도는 대출상담이 완료돼 약정서를 작성한 경우 실행일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약정서 금리 그대로 적용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그 금리가 적용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담 시점과 실행 시점에 금리가 바뀌면 약정서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데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를 준비했다"며 "편의성 외에 금리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고객이용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들은 금리 인하 요구권도 적극 행사하는 추세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승진·취업 등으로 대출 고객의 신용도 등이 상승했을 경우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금리 인하 요구권을 이용한 고객은 9만286건(대출금액 43조6,000억원)으로 직전 동기(2012년 2월~2013년 1월) 1만7,801건(6조원)에 비해 407%가량 급증했다. 접수건 중 실제로 금리가 낮아진 건수는 총 8만5,178건(42조원)으로 은행의 수용률은 94.3%에 달했다.
금융소비자의 금리선택권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이 금리공시를 의무화하면서 금융사 간 경쟁을 통한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금리 인하 요구권이 전 금융업종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외에 보험·카드사들도 금리 인하 요구권을 적용하고 있고 오는 9월부터는 저축은행에도 금리 인하 요구권이 도입된다. 여기에 사설 금리비교 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각 은행별 아파트담보대출금리, 전세자금대출금리, 사업자대출금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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