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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담배인삼공 사장(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전문경영인)
입력1997-04-08 00:00:00
수정
1997.04.08 00:00:00
유석기 기자
◎“「일류품질」앞에 불황은 없다”/외국산도 맥못춰… 순익 해마다 “쑥쑥”/농민들 배려 재고 잎담배 적자수출도/조직슬림화·직원교육 강화… 연말 출자사 전환 “느긋”요즘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담배인삼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천3백94억원을 기록, 95년보다 순이익이 16%나 늘면서 18개 정부투자기관중 상위권의 경영실적을 과시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투자기관들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비 평균 29.3%나 감소한 데 비해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다. 특히 담배인삼공사의 자체 경영만 따져볼 때 지난 95년엔 광복 50돌을 맞아 각종 사회단체들이 대대적인 외국담배 불매운동을 펼쳤으나 그 해의 순익이 전년보다 2.3% 감소한 사실을 생각하면 지난해의 영업성과는 정말 괄목할 만 하다.
공사는 지난해 ▲외국담배의 집요한 국내시장 공략 ▲담배자판기 설치제한등 사회 전반적인 금연 분위기 ▲정부투자기관 민영화 계획에 따른 조직 전반의 불안감등 「3각 파도」에 휩싸인 상태였다. 그런데 연간 매출이 전년비 18.8%나 늘어난 3조9천1백47억원에 이르면서 외국담배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95년 12.5%에서 96년 11.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광복 50돌이던 95년보다 지난해의 국내시장 방어율이 오히려 더 높아진 배경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나라와 같은 해인 지난 87년 담배시장을 개방한 일본의 외산담배 점유율이 지난해 20%, 대만은 25%로 각각 우리의 두배 안팎을 기록중인 것만 봐도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실력은 일단 평가해 줘야 할 것 같다.
사실 공기업이, 인체에 해롭다는 담배를 제조 판매해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보였다면 칭찬받을 일만은 아닐 것이다. 공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해 이 분야에도 민영화작업이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반증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경영 호전의 뒷면에는 공사 전직원의 뼈를 깎는 변신 노력이 뒷받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공사는 지난해 잎담배 경작 농민들에게 지속적인 수매를 보장하기 위해 잎담배재고 8천2백톤을 적자 수출했다. 국제가격에 비해 비싸게 사들인 국산 잎담배를 수매가(황색종 1등급 기준 6천30원)의 45%선에 수출, 연간 3백47억원의 손해를 자초했다.
공사는 지난해 솔·청자등 2백원짜리 서민용 저가담배와 군경보훈용 88라이트등을 생산, 이 부분에서만 연간 1천1백79억원의 적자를 감수했다.
공사가 농민과 서민을 위해 이처럼 손해를 감수하지않고 최소한 원가만이라도 건지는 장사를 했다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천5백억원이나 더 늘어날 수 있었다. 그랬더라면 96년 공사의 순익증가율은 무려 88%을 기록하는 셈이다.
하지만 김영태 사장은 『공기업이 이익만 많이 낸다면 공기업일 이유가 없다』면서 난색을 보이는 간부들을 물리치고 잎담배 적자수출을 단행했다는 후문이다. 재고를 줄이면 그만큼 재고관리비용이 줄어드는 한편 농민들에겐 앞으로 더 수매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1월 부임한 김사장은 공사직원들에게 『이제 당신들은 공무원이 아니다. 품질과 서비스, 생산성 향상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외국 담배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했다.
김사장은 지난해 총 8천7백80명이던 직원수를 4백명이나 줄였다. 7본부 93국 3백3부 체계의 조직을 통폐합해 4국7부를 아예 없앴다. 현장 중심의 인력 재배치와 지원부서 인력감축, 공정개선등을 통해 3월말 현재 직제상 정원보다 7백35명을 적게 투입하는등 1천1백35명의 인력을 현재 감축 운영중이다.
김사장은 부임후 드세기로 이름난 공사노조와 합의를 토대로 노조 전임자수를 95년 14명, 96년 31명씩 줄여 94년 54명에서 현재는 9명만 전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원과 조직을 줄이고 생산성을 더 높이려면 광범위한 교육밖에 대안이 없을 것은 당연한 이치다. 김사장은 간부직원의 의식개혁없인 공사의 변신이 있을 수 없다며 지난 95년 3월 중견사원 4백20명을 서울 라마다 올림피아 호텔에 합숙시켰다. 삼성·현대등 국내 정상급 민간그룹의 현직 임원과 서울대교수가 강사로 각각 초빙된 교육과정을 통해 간부직원들은 ▲국내외 환경변화와 민간그룹의 생존전략·사례 ▲공기업의 생존과 발전전략등을 익혔다.
또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간부사원 23명을 국내외 대학에 위탁교육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34명을 독일 영국 러시아등지로 해외연수보냈다.
지난 1년간 2천1백32명이 인터넷과 PC통신을 익히는 전문기관 위탁연수를 마쳤다. 지난해 공사가 직원교육비로 쓴 비용은 32억원을 웃돌고 직원 1인당 교육비가 41만4천원꼴에 이른다.
김사장이 품질개선을 촉구하자 간부직원들은 원가가 더 먹힌다며 난색을 보였다. 이에대해 김사장은 『품질도 개선하고 원가도 낮추라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간부들의 발상전환을 촉구했다.
공사는 지난해부터 디스 오마샤리프 하나로 심플등 주력 브랜드에 최고급 궐련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바람에 갑당 1원34원씩 연간 35억원이상 원가가 더 먹혔다. 심플담배의 의장을 미려하게 하기위해 홀로그램 포장지를 사용하면서 갑당 2원3전씩 원가가 상승했고, 올해부터 88브랜드등에 고성능 복합과립흡착필터를 사용하면서 21억4천만원의 원가상승 요인이 생겼다.
하지만 원가 상승을 품질 제고생산성 향상매출 확대의 선순환으로 이끌수 있으면 충분하며 원가 몇푼 아끼다 품질 저하매출 축소국내시장 잠식의 늪에 빠질 수 없다는 게 김사장의 지론이다.
이같은 「품질 우선」 철학덕분인지 지난해 1월 신세대의 기호에 맞춰 생산한 슬림형 담배 「심플」은 1년만에 국내 슬림형 시장의 47.5%를 회복했고 11월 시판한 초슬림형 「에세」는 설비를 24시간 풀가동하고도 물건이 없어 못 파는 실정이다.
공사가 지난 95∼96년 『이제는 품질로 선택받겠습니다』이던 캐치플레이즈를 올해부터 『소비자의 선택, 품질로 보답하겠습니다』로 바뀌었다.
지난 2년간 전직원이 합심노력한 결실이 이제 손에 잡히기 시작했음을 반영하는 자신감의 표현이라 할 만하다. 올해말 전문경영체제의 출자회사 전환이라는 대변혁을 앞두고 김사장을 비롯한 담배인삼공사 직원들은 이미 충분한 대비책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유석기>
□약력
▲55세 서울산
▲서울법대 미시라큐스대학원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대외경제조정실장(1급)
▲경제기획원차관
▲한국토지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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