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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기업을 키워라] <5·끝> 사회적 책임이 곧 경쟁력

사회공헌은 성장 위한 투자… 나눔경영에 길 있다<br>삼성·현대차 등 재능봉사·저소득층 지원 활발<br>기업 매출 증대·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이어져<br>"이윤추구·사회적 역할은 상호작용" 인식 필요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윤리경영임원협의회’ 에서 주요 기업들의 담당 임원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단순히 이익분배 차원이 아닌 지속 가능 경영의 원동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경련



광복 50주년을 맞던 지난 1995년 일제 치하에서 상하이임시정부와 국내 조직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던 연통부가 한 기업의 내부에 있었다는 사실이 서울시의 광복유적지 발굴복원사업 도중 확인됐다. 그 기업은 바로 한국의 대표적 장수기업인 동화약품이었다.

연통부는 1919년 상하이임시정부가 만든 국내 비밀지하행정조직으로 임시정부의 활동사항을 국내에 전달하고 국내에서 조성된 독립자금을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했다. 당시 민강 동화약품 사장은 사내에 연통부를 두고 직접 책임자로 활동한 것은 물론 동화약품 제품의 판매수익 일부를 독립자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및 기업가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본래의 역할을 넘어 사회적 요구와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100년 장수기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혁신과 도전, 사회적 지원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는 노력도 필수적인 조건으로 꼽힌다. 기업 역시 사회의 구성원인 만큼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 이익창출이라는 본연의 목적에도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업이 반드시 추구하고 달성해야 할 하나의 경영활동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과거에는 '비용' 측면으로 인식됐던 것이 이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함을 더하는 '투자'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소비자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영혼(Human Spirit)'을 가진 시장참여자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감동을 주려면 사회공헌에서도 '영혼(Spirit)'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이 같은 시대상황에 따라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사업 비용은 2005년 1조4,025억원에서 2011년 3조1,24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글로벌 경기불황을 비롯해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나눔을 위한 비용만은 아끼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2010년 기준으로 한미일 기업의 매출 및 이익규모 대비 사회공헌 지출 현황을 비교한 결과 우리 기업들이 일본과 미국 기업을 앞질렀다. 특히 매출액 대비 비중에서 한국 기업들은 0.24%를 기록해 미국(0.11%), 일본(0.09%)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많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글로벌 장수기업으로 기업의 영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일찌감치 전문조직을 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을 창단하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적ㆍ물적 자원의 다양한 지원활동을 사회복지ㆍ문화예술ㆍ학술교류ㆍ환경보전ㆍ체육진흥 등 크게 다섯 가지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어 2004년에는 나눔경영을 선포하고 임직원의 전문성을 살린 재능봉사활동을 시작했고 2010년에는 사회공헌의 범위와 대상을 전세계로 넓혔다. 지난해부터는 그동안의 사회공헌활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기업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 해결하는 CSR 3.0 개념을 도입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업 발전도 그 토대가 되는 사회가 건강해야 한다'는 사회공헌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류의 행복증진에 기여하는 동시에 영속성 있는 기업으로의 가치제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정몽구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며 적극적인 사회공헌 의지를 밝히고 있는 현대차 정몽구재단을 통해 교육ㆍ문화 등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개인 재산을 공익재단에 기부해 복지사업에 쓰며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문화 만들기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어려운 때일수록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고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에도 앞장서 국민행복과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공개한 2013 지속 가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두 기업이 순수하게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3,196억원이다. 이는 세금 등을 제외한 순수 사회공헌 비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회공헌이 단순히 평판이나 이미지뿐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나 빈곤구제ㆍ교육 등 각 분야에서 박애를 실현한 기관들의 경우 경영 면에서도 프로세스 혁신이나 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전략적인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변화에 따라 기업의 사회기여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홍현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소비자들은 의미 있는 삶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들이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원하는 추세"라며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 역시 소비자와 같은 것을 바란다는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은 기업의 매출증대와 동시에 브랜드 가치 향상에도 직접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은 상호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범적 측면에서만 다뤄왔지만 이제는 경제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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