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에서 부실채권 투자회사인 유암코의 확대개편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이성규(사진) 유암코 사장의 거취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꼽히는 이 사장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현대 등 대기업 구조조정에 직접 관여하는 등 한국 기업 구조조정의 역사를 관통해온 인물이다.
20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유암코의 확대개편이 추진되면서 기업 구조조정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인 이 사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장은 2009년 설립부터 6년째 유암코를 이끌고 있다. 1959년 충남 예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신용평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사장은 1998년 금융감독위원장에 선임된 이헌재 전 부총리가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이 사장을 앉히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 사장과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이 전 부총리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렸을 정도로 가까웠다.
위기 이후에도 이 사장은 국민은행 워크아웃본부 부행장, 하나은행 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치면서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전략·기획을 진두지휘했다. 금융계에서는 그를 '미스터 워크아웃' '구조조정의 전도사' 등으로 불렀다. 금융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은행의 부실자산을 관리하는 여신 담당 부행장들 대부분이 이 사장에게 직간접적으로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확대개편된 유암코의 사장으로 이 사장이 언급되는 것은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의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려면 공모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음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의 한 핵심관계자는 "유암코 기능재편 이후 바로 구조조정 기업을 물색하고 실행에 들어가는 게 당국의 목표"라며 "이 사장의 거취 문제는 아직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부분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이 일부 대기업을 포함해 커진다면 유암코의 지배구조 역시 바뀌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 최고 전문가인 것은 맞지만 당국이 대기업들까지 포함한 큰 그림을 짤 경우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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