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심해져 계열사들의 기업 가치가 훼손될 경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4일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롯데그룹 계열사의 전체 시가총액은 24조원이며 이 가운데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율은 7% 안팎(1조7,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의 한 고위 관계자는 4일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근본적으로 일본의 비상장사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이 관련된 일이어서 국민연금이 특정한 입장을 가질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경영권 분쟁이 계속돼 그 여파가 국내에 상장된 롯데 계열사의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경우 관련 내용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롯데 계열사는 롯데손해보험(000400)·롯데쇼핑(023530)·롯데제과(004990)·롯데칠성(005300)·롯데케미칼(011170)·롯데푸드·롯데하이마트(071840)·현대정보기술(026180) 등 8곳이다.
국민연금은 롯데푸드(13.31%)의 단일 최대주주이며 롯데칠성음료(12.18%)와 롯데하이마트(11.06%)의 2대 주주다. 롯데케미칼의 지분도 7.38% 보유해 4대 주주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10% 안팎으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회사와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롯데칠성·롯데푸드 등 상장 계열사의 경영진을 불러 해결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광윤사가 모두 일본에 있는 비상장 회사인데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롯데 계열 상장사의 주식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롯데 계열 상장사의 전체 시가총액 대비 지분율은 7% 내외로 삼성그룹과 비슷하지만 지분 가치는 10분의1에 불과하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 건의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그룹 상장사의 지분 가치가 22조원에 달했고 국제 투기자본에 맞서 단일 최대 주주로서 사실상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것"이라면서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생길 때마다 사사건건 개입하면 오히려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