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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안경수 한국후지쯔사장
입력2002-01-22 00:00:00
수정
2002.01.22 00:00:00
화려한 이력…다양한 경험 '준비된 CEO'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 현지인 출신 최고 경영자에 대해서조차 상당히 두터운 내부 승진 제한선이 그어져 있다. 안경수 한국후지쯔 사장은 이 같은 다국적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관리 방침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후지쯔 대표이면서 동시에 일본 후지쯔 본사의 임원이기도 하다.
"한국후지쯔 사장에 선임될 때 두가지 조건을 요구했습니다. 하나는 한국에서의 인사ㆍ재무 등 경영에 대한 전권을 가지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능력이 입증되면 본사에 진출시켜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안 사장의 두 가지 요구조건중 첫번째는 지난 96년 취임과 동시에 이뤄졌으며 두번째 요구 역시 5년만인 지난해 후지쯔 본사의 글로벌 경영부문 아ㆍ태영업본부 부본부장(상무이사)에 선임됨으로써 이뤄졌다.
안 사장이 당시 이 같은 요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동년배에 비해 훨씬 다양한 경험을 갖춘 '준비된 CEO'이기 때문이다.
"한국후지쯔 신임대표로 발탁하기에 앞서 세끼자와 후지쯔 본사 사장과 인터뷰를 하던 자리에서 저의 이력을 보고 혀를 내두르더군요."
실제로 안 사장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은 뒤 32살이라는 나이에 차지한 대우전자 이사 자리를 시작으로 다우기술 최고경영자(CEO), 삼성그룹 비서실 임원, 삼호물산 사장, 효성그룹 부사장 등을 거쳤다. 그만큼 연륜에 비해 쓴맛 단맛을 모두 경험했다.
"국내 기업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얻고 나서 아쉬운 것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실제 경영노하우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었죠."
이 같은 욕구가 마침 능력있는 한국인 CEO를 찾던 후지쯔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것. 이 선택은 안 사장과 후지쯔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로 드러났다.
안 사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 96년 직원수 440명에 700억원 매출을 냈던 한국후지쯔는 지난해 직원수 580명에 4,000억원이라는 성적을 일궈냈다. 안 사장 역시 본사의 두터운 신임으로 현지 외국인 경영자로는 최초의 본사 임원이 됐다.
학자의 길이 마련돼 있던 안 사장이 재계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은 김우중 전 대우회장과 만나면서부터. 83년 스탠포드에서 연구원으로 몸담고 있을 때 알게 된 배순훈 당시 대우전자 부사장이 그를 김우중 회장에게 소개했다.
"그때는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나면 한국에 돌아가 교수의 길을 걷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남들과 달리 저는 '전문 경영인으로서 일생을 걷겠다'고 결심했죠. 당시로서는 아직 생소했던 전문경영인이라는 새로운 길에 인생 승부를 걸고 싶었습니다."
김우중 회장은 "반도체 전자재료를 전공했으니 컴퓨터 분야에서 한번 일해보라"며 대뜸 그를 컴퓨터 사업본부장(이사)으로 발탁했다. 재계 최연소 그룹 임원이라는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대학 동기들이 대리나 과장위치에 있었으니까 꽤 파격적이었죠. 하지만 최연소 임원이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청년의 감성을 가질 나이에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임원ㆍ사장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일을 해야 했으니 어려움을 상상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일에 중독되다시피 뛰어 다니다 보니 86년에는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병명이 영양실조였어요. 당시 입원했던 성신병원에서도 젊은 임원의 영양실조 판정은 히트였습니다."
이 결과 83년 당시 4명이던 대우컴퓨터 사업본부는 88년 직원 1,100명에 매출액 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방 현장을 밤낮으로 쫓아 다녔던 그의 이 같은 열정이 화려한 이력의 바탕인 셈이다.
"한국후지쯔는 제가 맡은 이후 매출이 6배 가까이 늘었지만 직원수는 30%정도 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전문경영인의 역할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촉매의 역할이죠. 직원들의 잠재 능력을 일궈내 두배 세배의 성과를 끌어내는 게 바로 CEO입니다."
그의 말에는 전문경영인 안경수 사장의 평생 철학과 자부심이 잔뜩 배어있다.
■원포인트 스피치
그는 기업 CEO나 사회 지도자들이 플래잉 코치(playing coach)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먼저 행동하면서 스스로를 다지는 노력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최근 조폭문화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사실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위험이 생기면 보스가 먼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기업과 정치 지도자들도 말과 실천을 겸비해야 합니다."
그는 "자기가 잘되려고 다른 사람을 끌어 내리는 리더는 오래가지 못한다"며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노블레세 오블리제'를 강조했다. 시련의 시기에는 지도층이 먼저 희생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그는 "리더는 허황된 것을 쫓아 정직과 성실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며 "조직의 비전을 이끌어 내며 직접 행동하는 것이야 말로 CEO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프 스토리
74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화학공학 석사, 재료공학 석ㆍ박사를 취득한 후 84년 32살의 젊은 나이에 대우전자 이사 자리에 올랐다.
88년 다우기술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같은 해 삼성 그룹 회장 비서실 기획담당 이사와 컴퓨터 부문 기획관리 담당 상무를 거쳐 93년에는 삼호물산 사장에 올랐다.
95년 효성그룹 종합조정실 부사장으로 일하다 96년에 한국후지쯔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지난해 후지쯔 본사 글로벌 영업부문 아ㆍ태 부본부장(상무이사)에 올랐다.
홍병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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