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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업계] 현대차 협력업체 실사 '요식행위' 잡음
입력1999-05-20 00:00:00
수정
1999.05.20 00:00:00
박형준 기자
『기술력이 있는가를 판단하겠다더니 정작 실사를 나와서는 관리지표만 보고 갔다. 우수 협력업체 선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현대자동차가 1차 부품 협력업체 재편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경영실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협력업체들이 제기하는 볼멘소리의 핵심은 이번 실사가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것. 이미 계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업체를 선정해 놓고 대외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고 선전하기 위한 모양새 갖추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새로 현대자동차를 맡은 정몽구 회장이 부품업체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어온 정세영 전 명예회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돌고 있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있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경쟁력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 협력업체를 재편하겠다는 뜻은 이해한다』면서도 『좋은 차는 좋은 기술이 담겨진 부품에서 나오는 것인데 정작 실사팀은 기술력을 보는게 아니라 매출이나 순이익 같은 경영지표만 보고 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대우자동차 3사에 모두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제품력을 인정받아 1차 협력업체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또다른 부품업체 관계자는 『500여개 가까운 회사들을 3개월만에 실사하겠다는 계획자체가 무리였다』며 『겉 기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가 주인이 바뀐 뒤 협력업체를 길들이려는 것 같다』며 『최종 결과는 나와봐야 알지만 이미 어느 업체는 선정됐고 어느 업체는 탈락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는 6월말까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 466개에 경영 실사를 거쳐 현대나 기아와 거래할 수 있는 1차 협력업체를 다시 선정할 방침이다. 협력사 선발에는 부품의 모듈화(납품전 조립)가 감안될 예정이어서 적게는 3분의1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운 1차 협력업체가 2차로 내려가거나 협력관계를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실사 기준을 ISO 9000나 미국 자동차업계의 기준인 QS 9000을 토대로 하되 현대의 구매정책과 연계, 재무와 설비, 생산능력, 경영능력, 품질, 납기준수, 설계능력 등을 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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