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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사라진 맨해튼 침묵ㆍ분노만
입력2001-09-16 00:00:00
수정
2001.09.16 00:00:00
거리 다시 북적거려도 테러악몽 못벗어
뉴욕 맨해튼이 다시 열렸다. 뉴욕과 뉴저지주를 연결하던 조지 워싱턴 다리와 링컨 터널의 통행이 재개되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 다시 운행되고 있다.
번화가인 42가 타임스퀘어엔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버스 터미널 부근 빌딩 신축공사가 재개돼 인부들이 바쁜 손길을 돌리고 있다. 세계 금융 중심지이자 다자 외교의 중심지, 문화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이 테러와 파괴의 공포에서 깨어나 빠른 속도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테러 참사 이후 맨해튼을 걷는 많은 사람들은 섬짓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예전보다 적은 사람이 이 섬도시를 다니고 있고 뉴요커들 사이에 웃음이 사라졌다. 자유분방한 도시, 밝은 웃음의 도시,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창조의 도시, 시끄럽고 더러운 도시가 소름끼칠 정도로 침묵의 도시로 변해버린 것이다.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고, 톰 클랜시의 추리 소설을 읽는 것도 아니다. 세계 수도임을 자랑하는 뉴욕 맨해튼이 며칠 사이에 변해버린 현실의 모습이다.
맨해튼 남쪽 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경찰 바리케이드는 행방불명된 남편과 애인, 아빠의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게시판으로 변했다. 울먹이는 딸을 보듬고 있는 젊은 엄마는 아예 눈물이 말라버렸다.
뉴저지주 호보켄 언덕에서 허드슨 강을 건너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카메라에 담던 여인은 사진을 찍고 나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며칠전까지 맨해튼 남쪽에 우뚝 서있던 쌍둥이 빌딩은 사라졌다. 맨해튼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연기 기둥이 그 곳에서 숨진 5,000명의 영혼을 하늘 나라로 날려보내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32가도 썰렁하다. 다른 민족의 거리보다 번잡하던 코리아 타운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바로 옆에 서있기 때문에 경찰들이 겹겹이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있다.
미국이 공격받았다. 60년전에 태평양 상의 군기지가 공격받은 적은 있지만, 본토가 공격받기는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의 TV 방송들은 정규 프로를 중단하고 하루종일 재해복구 상황, 부시 정부의 움직임, 시민 반응을 방영하고 있다. 재해 현장을 중개하던 여기자는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방송중에 아예 눈물을 흘려버렸다.
진주만 공습때 당시 라디오방송이 피해 상황을 반복하며 미국인들의 분노를 자극했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뉴요커들은 침묵을 통해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뉴욕의 로컬 신문들은 '전쟁'을 선언했고 이런 분위기는 곧바로 워싱턴 정가로 하여금 전쟁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신의 컬럼 제목을 '3차 세계대전'이라고 달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런 분위기를 읽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한가지 걱정스런 것이 그들이 분노의 대상, 즉 국제 테러집단을 열거하면서 북한을 언급하고 지나간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도 북한을 언급했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그랬다.
테러와 대량 살상은 인류의 적이다. 그들의 침묵과 분노에 동정심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이 형성하는 반테러 전선이 행여 태평양 건너 한반도에 좋지 않은 기류를 형성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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