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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 외교ㆍ통상장관들이 15~16일 이틀간 논의 끝에 마련한 ‘도하개발어젠다(DDA) 특별성명’은 DDA 협상의 7개 분야를 모두 거론하는 등 그 어느 회의에서 채택된 성명서보다 강도가 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측면지원에 힘입어 ‘2010년까지 농산물 수출보조금 철폐’ 등 세부 행동계획이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에서 “DDA 성명서를 주도한 의장국 한국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APEC 회원국들이 DDA를 지지한다는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오는 12월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에 적잖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성명이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 제대로 이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울러 DDA 협상의 양대 축인 EU와 수출 개도국 그룹이 제외돼 있어 성명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DDA 협상에 무언의 압력=각료회의에서 마련된 DDA 특별성명은 18~19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논의, 최종 채택된다. 강도는 다소 약화됐으나 APEC 21개 회원국이 DDA 협상에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 WTO 회원국들에 적잖은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APEC 팀장은 “DDA 성명서 합의도출은 21개 회원국이 무역자유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한국이 성명서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자유무역 의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ㆍ비농산물 등의 관세 대폭감축 및 철폐 등을 논의하고 있는 DDA 협상은 현재 난관에 봉착해 있다.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과 EU가 관세감축 폭과 방법 등을 놓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ㆍ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들은 미국ㆍEU 주장에 반대하는 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WTO는 협상종료 시점을 올해 말에서 2006년까지로 수정한 상태다. ◇특별성명,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DDA 협상 종결을 위해 전세계 각국이 노력해야 한다는 정도의 무언의 압력은 행사할 수 있으나 실질적 효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APEC 정상 선언문 자체가 구속력이 없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이 이행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1개 회원국이 매년 세부 이행상태를 점검하게 된다”고 설명했으나 APEC 자체의 구속력이 워낙 취약해 이 역시 효과는 미지수다. 실제 APEC 정상 선언을 통해 발표된 성명서 내용의 상당수는 현재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DDA 협상의 양대 축인 EU와 브라질 등 수출 개도국 그룹이 APEC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DDA 협상의 타결방식은 7개 분야의 일괄타결이다. 농산물 등 어느 한 분야에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이런 점을 들어 통상 전문가들은 APEC 정상들의 특별성명이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나온 DDA 성명은 그 어느 모임의 성명서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DDA 최종협상에서 부산 APEC의 DDA 특별성명이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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