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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차한잔] 이금기 일동제약 회장
입력2002-06-25 00:00:00
수정
2002.06.25 00:00:00
"일반의약품 사수만이 국내업체 살길""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급신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토종) 제약업체들이 살 길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능가하는 제네릭(물질특허기간이 지난 신약과 제조방법 등을 달리해 만든 복사의약품) 개발과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시장을 지켜내는 것 뿐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도 이들 부문에서 내실을 다진 제약회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금기(68)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은 "신규 항암제ㆍ항생제 등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이 중ㆍ단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제네릭과 일반의약품"이라며 "정부도 국내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허가제도 및 가격정책에 발상의 전환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은 지난 86년 소화성궤양치료제 '큐란'을 독자 개발ㆍ발매, 국내 제네릭 분야서 큰 획을 그은 바 있다.
이 회장은 특히 "미국에선 코 감기약ㆍ두통약ㆍ방향제 등에 같은 브랜드를 쓰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며 "국내 제약회사들도 그동안 엄청난 투자를 해 키워온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다른 제품에도 활용,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시 40년을 맞은 효자 제품 '아로나민(종합활성비타민제)'의 경우 비타민B₁계통 혼합비타민에만 브랜드를 쓸 수 있는데, 종합비타민ㆍ위장약ㆍ드링크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회장은 또 일반의약품 가격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이미 안전성 등이 검증된 물질들의 조성을 달리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42년째 일동제약에 몸담아온 전문경영인으로서 고희를 앞둔 나이도 잊은 채 제2의 경영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그는 젊어서 일동제약 현대화를 주도했고 '아로나민 골드 신화'를 탄생시킨 장본인. 최근에는 분유ㆍ이유식 생산 자회사인 일동후디스의 시장점유율 향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96년 6월부터는 일동후디스 경영에 주력하기 위해 일동제약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가 관계사인 맥슨텔레콤(당시 맥슨전자)에 대한 과다한 지급보증과 자금지원으로 유동성이 악화돼 98년 부도를 내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업체로 지정되면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상여금을 반납한 임직원들과 거래 도매상들의 협조,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채권단의 협조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했다. 마침내 연평균 20%에 이르는 매출신장을 거듭하며 1999년 이후 3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실현, 지난해 9월 3년 만에 워크아웃 기업이란 멍에를 벗어버렸다.
2001 회계연도(2001.4~2002.3)엔 아로나민골드ㆍ후루마린(항생제)ㆍ큐란 등 주력제품의 매출증가에 힘입어 전기 대비 각각 21%와 17.5% 신장한 1,303억원의 매출과 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워크아웃 졸업으로 오랜만에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도 결정했다.
"2002 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에는 전기 대비 30%와 54% 신장한 1,700억원의 매출과 1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또 연공서열 위주 인사제도와 온정적 기업문화에서 과감히 탈피, 능력ㆍ업적 중심의 기업문화와 지식ㆍ스피드 경영을 통해 도전적이고 실천력이 강한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데 역점을 둘 겁니다."
일동제약은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ㆍ제휴를 통해 미래 유망시장을 선점하고 생산시설 가동률과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폐쇄성 습윤드레싱재 '메디폼'을 개발한 바이오폴(대표 박명환)에 7억원을 투자, 국내 독점판매권을 확보했다. 올해에는 암 진단ㆍ치료 및 약물전달기술 등을 개발 중인 굿젠에 5억원(지분율 4.99%)을 투자했다.
이 회장이 요즘 가장 신명나게 일하는 분야는 일동후디스(지분율 48%)의 이유식 및 분유 사업이다. 얼마 전엔 분유 등을 덜어내는 스푼을 좀 더 위생적으로 만들어줄 수 없느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다가 스푼이 통 속에 빠지지 않도록 손잡이 끝 부분에 자석을 붙인 자석스푼을 고안해 내기까지 했다. 그는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지난 96년 일동제약이 남양산업을 인수한 뒤 97년 회사명을 변경해 출범한 일동후디스는 인수 당시 1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557억원(순익 40억원) 규모로 급성장, 알토란 같은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내년 코스닥 등록을 추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성공할 줄은 미처 몰랐다"며 "앞으로 다이어트식품ㆍ특수영양식ㆍ환자식ㆍ당뇨개선식 등 기능성 건강식품의 상품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뉴질랜드에서 위탁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후디스 트루맘' 분유에 대해 "성분ㆍ제조공정의 청정성 등 모든 면에서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며 "적극적인 판촉을 통해 점유율을 현재의 5% 수준에서 10%대로 높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일동후디스가 지난해 말 육아전문 케이블 채널인 '육아TV'의 지분 10%를 인수한 것도 이 같은 포석에서다. 이 회장은 "육아TV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는 물론 제품 유통채널 확보에도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임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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