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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체질 대변신 절실(경제를 살리자)
입력1997-04-01 00:00:00
수정
1997.04.01 00:00:00
유석기 기자
◎중기영역 마구잡이 침입… 「고비용」 자초/“빚잔치” 확장지속땐 제2한보·삼미 우려한보·삼미그룹의 도산은 이제 경영체질의 획기적 변신없이는 어느 기업도 파국을 면키 어렵게 됐음을 경고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한보의 주력기업인 한보철강은 지난해말 현재 자기자본이 9백6억원에 불과했으나 부도 직전 금융 차입규모 4조9천억원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1천8백93%에 달했다.
한보측은 5조7천억원이 소요되는 당진제철소 건설공사를 벌여놓은 형편인데도 정신없이 기업확장에 탐닉, 지난92년 4개였던 계열사를 96년 22개로 마구 늘렸다. 급전을 빌려 은행이자를 막으면서 새 계열사를 마구 얹는 「외발자전거 타기」식의 모험경영을 벌여 왔던 것이다.
한보사태는 극단적 외부차입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상호출자·지급보증을 통한 문어발식 확장과 선단식 경영, 오너의 독단과 혈족지배체제 등 소위 재벌구조가 만든 악폐가 얽히고 설켜 연출한 한국자본주의의 「비극」에 다름아니다.
삼미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95년말 현재 삼미의 자산은 7백40억원, 외부차입액은 2조4천억원으로 부채비율이 자그마치 3천2백44%였다.
최근 우리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봉착케 된 근본원인은 한보, 삼미뿐 아니라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이처럼 무모하기 짝이 없는 경영행태에 이골이 난 체질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중후장대형 장치산업에 뛰어든 국내 대기업들은 엔고의 순풍을 타고 해마다 수십%씩의 외형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평균 부채비율이 3백86·9%(95년)에 달해 미국·일본·대만 등의 3∼5배에 육박하는 취약한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국내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는 그리 큰 변화가 없다. 반면 생산활동 비중은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중소기업은 섬유·신발 등의 경쟁력 약화로 사양화되어 해외로 내쫓긴 반면 대기업이 그 공백을 고스란히 챙겼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영역에까지 마구 뛰어드는 등 외형 위주의 성장체질에 젖어 고임금고금리고지가로 이어지는 고비용구조를 고착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 경제팀이 위기타개의 처방으로 중소기업 창업촉진을 들고 나선 배경은 순발력과 신축성을 갖지 못한 현행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더이상 기술우위, 무한경쟁체제를 이겨내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이제 국내 기업은 스스로 「허물」을 벗어던지는 체질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아니면 공룡처럼 큰 덩치를 안은 채 도태의 길을 걷는 수 밖에 다른 선택은 남아 있지 않다.<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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