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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을 국내 항공업계 '빅3'로 도약시켜야 합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제주항공 임원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틈이 날 때 마다 "올해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저비용항공사(LCC)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같은 돌발 악재도 있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형 항공사로 도약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채 부회장의 이런 각오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역대 최고의 영업실적과 여객 수송실적을 나란히 기록하며 '도약대' 앞에 섰다.
상반기 제주항공의 매출은 2,8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고, 영업이익은 288억을 기록해 같은 기간 무려 851% 급등했다.
제주항공의 폭발적 성장세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LCC 최초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항공업의 특성상 보유 여객기가 늘어날 수록 관련 비용에서 효율화가 일어나는데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국적 LCC 중 처음으로 항공기 보유대수 20대를 넘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원가 절감의 기반을 마련했고, 계속되는 저유가 기조가 큰 폭의 영업이익 신장을 이루는데 기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송 여객 수도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수송 여객수는 326만여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선이 30%, 국제선이 25%씩 증가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제주항공의 국내선 수송분담률은 국적 7개 항공사 중 3번째로 높은 15.0%를 기록해 2위와의 간격을 좁히면서 항공업계 빅3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고 자평했다.
제주항공은 하반기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연말 안에 상장을 마무리 해 제2의 창사에 필요한 마중물을 확보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액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2,000억원의 안팎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8월까지 1만9000원에 머물렀던 제주항공 주가는 큰 폭의 매출액·영업이익 상승과 더불어 지난해말 3만원 대로 올라선데 이어 지난 5월에는 5만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제주항공이 올해 초 창립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기 전략의 달성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해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20대에인 보유 항공기는 40대로 늘리고, 국제선 운항 노선도 현재 24개에서 6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단순 여객 운송사업을 넘어 여행사·호텔·렌터카 등 종합 네트워크 회사를 꾸려 토털 여행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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