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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추천했던 산은 바로 수용… 강덕수 끌어내리기 노림수였나

■ 박동혁 STX조선 대표 내정자 돌연 사퇴 왜<br>박동혁 "내자리 아니다" 해명에 채권단 내부서도 갸우뚱<br>강덕수, 엔진 이사회 의장은 유지… 조선 대표이사엔 류정형 선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로 내정됐던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취임 하루를 앞둔 지난 26일 돌연 사퇴하자 배경을 놓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3주 전만 해도 그를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강덕수 회장의 퇴진을 요구할 만큼 광폭행보를 보였던 산은이 그의 말 한마디에 굴복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기존 경영진 교체를 위해 박 부사장 카드를 내밀었다가 목적을 달성한 후 그의 사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부터 박 부사장은 강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희생양이었다는 것이다.

◇설득력 떨어지는 사퇴 논리, 채권단도 고개 갸우뚱=박 부사장은 27일 "산은으로부터 처음 STX조선 대표직 제안을 받을 때는 거절할 입장이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고민하고 검토한 결과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고 내가 앉을 자리도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대표이사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정했으며 산은이 이를 받아줬다는 얘기다. 전날 오전 산은이 채권단을 긴급 소집해 밝혔던 논리 그대로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채권단 내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산은은 다른 채권단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강 회장의 퇴진을 추진할 만큼 박 부사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면서 "그런 산은이 주총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산은은 지난 3일 채권단 경영정상화추진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박 부사장의 STX조선 대표이사 신규 선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회장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을 요청했다. 당시 STX그룹은 물론 업계에서도 산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STX조선의 사업영역을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부사장은 대우조선에서 군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주로 일해왔지만 STX조선은 해양플랜트와 대형상선 쪽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은은 이를 강행했고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 지을 계획이었다.



◇박 부사장 카드는 강 회장 퇴진 위한 노림수?=이 때문에 산은이 강 회장과 신상호 사장 등 STX조선 기존 경영진의 사퇴를 이끌어내기 위해 박 부사장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 사장 역시 이달 초 채권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사직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그는 강 회장처럼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사장에 오른 인물로 '제2의 강덕수'로 불릴 만큼 신임이 높았다. 이미 채권단이 장악한 사외 이사진 외에 사내 이사진까지 산은의 바람대로 구성된 셈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어야 할 STX조선에 굳이 외부 출신인 박 부사장을 앉힐 필요성이 적어진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부사장도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지만 강 회장의 불명예 퇴진 후 STX 노사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이미 경영진 교체에 성공한 산은도 굳이 그의 사퇴를 말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덕수, STX엔진 이사회 의장은 유지=채권단은 STX조선에 물러난 강 회장에 대해 STX엔진 등기이사와 이사회의장직은 유지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STX중공업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직은 박탈하기로 했다. STX엔진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강 회장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 새 대표이사에는 류정형 부사장(조선소장)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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