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일~9월 26일 서울시립미술관서 전시<br>'수련' 연작 8점등 생애 대표작 60여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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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델란드의 튤립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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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년 세계 미술의 중심지 파리. 사물의 있는 그대로를 모사(模寫)하는 전통 회화 양식에 반기를 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한 살롱에서 열렸다.
희뿌연 아침 안개와 붉은 빛으로 바다를 물들이는 일출, 태양이 반짝이는 포플러 가로수 등 빛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전통주의자들에게 파격이자 조롱거리로 여겨졌다.
34세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 그는 이 전시에 12개 작품을 출품했다. 비평가들은 전시회를 보고 “부정이든 긍정이든 작품이 어쨌든 인상적이다”라는 반감과 조롱을 한마디로 표현, ‘인상파(impressionism)’라는 딱지를 그림 아래에 붙였다. 100여년이 지난 오늘.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블록버스트급 전시를 휩쓰는 인상파의 탄생 순간이었다.
인상파의 선구자 클로드 모네의 걸작을 모은 ‘빛의 화가-모네’전이 6월 6일부터 9월 2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그 동안 국내에선 가끔 초기작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번 전시처럼 말년의 걸작까지 전 생애에 걸친 시기별 대표작 60여 점을 망라한 적은 없었다.
특히 ‘인상파의 성서’로 불리는 ‘수련’ 연작이 8점이나 포함된 것은 국내 전시 사상 획기적인 사건이다. ‘수련’은 모네 예술의 정점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는 1996년 호암미술관 전시에서 한 점이 소개됐을 뿐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화하는 모네의 시대별 수련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다.
전시는 연대기적인 서술 대신 주제로 구분했다. 전체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물의 풍경’. 5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모네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물 위의 풍경-수련’을 필두로 첫번째 아내 클로드 카미유와 아들들 등 인물화를 모은‘가족의 초상’그가 평생 즐겨 그린 풍경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이는‘센강과 바다’, 86년 생애의 절반을 차지하는‘지베르니의 정원’그리고 네덜란드의 튤립밭, 노르웨이의 겨울, 런던의 다리와 국회의사당 등 유럽 풍경을 담은‘유럽의 빛’이 그것.
전시를 위해 세계에서 모네 작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파리 마르모탕 미술관을 비롯해 세계 20여 곳의 공공미술관에서 작품을 빌려온다. 특히 소장품 대여가 인색하기로 소문난 일본 도쿄 후지 미술관 소장품과 모네의 화상이자 오랜 후원자였던 뒤랑 뤼엘의 후손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꿩’(1880), ‘과일 타르트’(1882),‘센강변’(1878) 등 다섯 점도 나온다.
서순주 전시감독은 “세계적으로 많은 대형 전시가 열리지만 가장 대중적인 미술사조는 아직도 인상파”라며 “인생의 고뇌를 담고 있으면서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화풍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는 인상파의 기틀을 다진 모네의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며 “미술 애호가들은 모네의 화풍이 훗날 현대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 모티브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6일까지. (02)2124-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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