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장마로 연일 후텁지근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와 동해안 지역에 올 들어 처음으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등 본격적인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열대야는 밤의 기온이 섭씨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잠들기 좋은 온도는 섭씨 18~20도이기 때문에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설치게 된다. 열대야로 인해 밤잠을 설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 피곤함이 가중돼 다음날 활동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열대야 속에서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취침 전에는 야식과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온도를 맞춰 쾌적한 수면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열대야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외부온도가 너무 높으면 체내 온도조절 중추를 흥분시켜 그 기온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깨어 있으려 하기 때문이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수면은 생리적으로 안정이 된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늦은 밤에도 무더위가 지속되면 신체의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계속 흘리는 등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돼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체온이 저하되면서 분비되는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적어져 잠들기 어려워지게 된다. 일단 잠이 들었다 하더라도 체온유지가 되지 않아 잠에서 쉽게 깨는 등 숙면을 취하기는 힘들다.
열대야 현상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가 누적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무기력해지고 두통과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는 '열대야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잠들기 어려운 열대야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땀띠, 피부 트러블과 과다한 에어컨 사용에 따른 여름감기 등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수면 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원장은 "덥다고 밤새 에어컨을 켜는 것보다는 적정한 실내온도를 맞춘 뒤 자기 전에는 끄는 것이 좋다"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충분한 휴식과 함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 신체온도를 수면에 좋은 상태로 만들어주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수면을 취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섭씨 18~20도이다. 너무 시원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올리기 위해 근육운동을 시작하므로 오히려 잠이 안 오게 된다.
늦은 밤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 시원한 맥주와 고칼로리의 야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숙면을 취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면 탈수증세가 나타나면서 수면 중 갈증을 느끼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또 복통과 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전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대부분 열대야 현상은 열흘 정도면 수그러들기 때문에 이 기간만큼은 충분한 영양섭취와 최적의 수면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취침 전에는 카페인과 알코올이 들어있는 음료의 섭취를 피하고 자고 일어나는 시각을 일정하게 해야 한다"며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뒤척이지 말고 잠자리에서 벗어나 많은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독서 등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무더위에 지쳐 식사를 거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보양식품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수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식욕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잠자리에 누워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면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졸릴 때 눕고 누워서 15분 이상 잠이 안 오면 계속 누워있기보다는 일어나서 가벼운 활동을 한 후 다시 눕는 것이 좋다"며 "저녁에 흥분을 피하는 것이 좋은데 자극을 주는 공포영화 시청이나 운동, 담배ㆍ커피ㆍ홍차ㆍ초콜릿ㆍ탄산음료수 등을 섭취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밤에 잠을 설쳤다고 낮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면 저녁 때 수면을 취하기가 오히려 힘들어지는 만큼 낮잠을 잘 경우 20~30분 내외로 짧게 자는 것이 좋다.
잠자기 적절하고 쾌적하게 느끼는 방 온도는 섭씨 20도 정도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담요나 이불을 덮는 습관에 따라 다르므로 냉방기를 일률적으로 맞춰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선풍기를 틀 때도 수면 시작 1~2시간만 몸에서 멀리 떼어놓고 가동시키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쐴 경우 저체온증에 빠져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선풍기를 켠 채 잠을 잘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두며 기관지 천식을 비롯한 만성폐질환 환자나 어린이 노약자 등은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잠자기 2시간 전에는 지나치게 심한 운동은 피하고 새벽이나 해가 지고 난 저녁시간을 이용해 20~30분간 자전거 타기, 산책 등의 운동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되나 습도 및 온도가 높을 때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자기 전 지나치게 집중하는 작업도 피하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우유를 한 잔 먹어 공복감을 없애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
숙면을 위한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잠을 잘 이루려면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 교수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잠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오늘 제대로 못 자면 내일 일을 못할 텐데,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내일 이 일을 어떻게 하지 등의 걱정이 있으면 문제들을 꺼내놓고 먼저 직접 부딪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