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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기업인

최근 일본의 한 신문은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선거를 피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서울발 기사를 큼직하게 보도했다. "선거와 무관한 테마로 인터뷰를 신청해도 선거 끝날 때까지는 무리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경제가 정치에 휘둘릴 때가 왔다는 일본인 기자다운 시각인데, 바꾸어 생각해 보면 정치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해외로 나가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혼란스런 대선정국을 피해 해외에 머물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재계 사람들의 해석이기도 하다. 총수들의 해외출장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근래 대기업들은 저마다 긴축기조로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바쁘게 가는 모습을 보인다. 연말인데도 새해의 의욕적인 사업계획과 그에 따르는 설비투자, 대폭적인 물갈이인사 같은 예보가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보유부동산을 속속 처분한다든가 빚을 갚는 데 열중하는 양상들이다. 역시 삼성그룹이 선두주자이다. 삼성생명은 전국에 가지고 있는 120개 빌딩 가운데 올 들어 13개를 매각했고, 41개는 공매시장에 내놓았으며 그 밖에 10여 개도 매각방식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사장단회의에서 "일본 장기불황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버블 붕괴에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르는 조치로 계열사별로 수익성이 낮거나 장기적으로 가격하락이 우려되는 부동산을 처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이미 과감하게 처분했거나 처분하려는 움직임에 있어서는 대체로 같다는 얘기이다. 아파트에 사람들이 몰려 값이 뛰고, 카드 빚과 가계빚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신용대란마저 걱정이라고 야단치는 사태와는 대조적이다. 기업들이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열심히 빚을 갚은 결과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98년 말 258%였던 것이 78%로, LG그룹도 315%에서 130%, SK그룹도 238%에서 130%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조사에 의하면 금융업을 제외한 국내 2,414개 제조업체의 부채비율도 지난 상반기 현재 135.6%로 낮아졌다. 기업들의 긴축.내실경영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나라 안팎의 기업환경 불안으로 도처에 지뢰밭이 깔려 있는 듯한데다가 대선 후의 사태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까닭이다. 더구나 최근의 소비심리 급랭으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연중 바닥으로 급락했다는 위기의식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기업들이 움츠리지 않고 마음껏 뛸 수 있을까. 김용원(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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