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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판 새로 짠다] <하> 진화하는 생존전략

대형사 자산관리·글로벌화로 승부… 중소형사는 틈새시장 공략

미래에셋·신한 부유층 자금유치·관리에 집중

한국·우리투자는 M&A 인수금융 등 IB 강화

IBK '코넥스 업무' KB '채권발행' 전문證 변신



주식시장 침체와 거래대금 급감으로 유례없는 빙하기를 겪고 있는 증권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 플랜을 마련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과거에는 백화점식 영업으로 몸집을 불리는 성장 일변도 전략을 펼쳤다면 지금은 불황 장기화로 대형사는 자산관리·해외진출·투자은행(IB)업무에서, 중소형사는 자신들이 '잘 하는 사업'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에서 각각 살 길을 찾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생존전략 1순위에 두고 있는 사업은 자산관리다. 주식 브로커리지 위주의 사업모델로는 가망이 없다고 보고 '큰 손'들의 자금을 유치ㆍ관리 하는데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산층들의 직접투자 감소로 위탁중개 위주의 증권 산업 모델이 재편되고 있다"며 "소득의 양극화로 거액자산가 비중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부유층을 겨냥한 자산관리가 증권사들의 중점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은 회사 내 모든 역량이 자산관리에 집중돼 있다. 고객들에게 최적의 자산배분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배분센터를 출범시켰다. 매월 나오는 모델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실제 고객이 가입할 수 있는 AP(Actual Portfolio)를 제공해 고객이 보다 쉽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은퇴연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상품을 공급하고 다양한 은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신증권(003540)의 올 한해 사업계획도 자산영업 활성화에 방점이 찍힌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고객자산본부를 확대 개편했다.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영업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상품부서를 신설했고 기관, 법인 대상 금융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화상품 본부도 론칭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직원경쟁력강화위원회를 통해 직원들의 고객 자산관리 능력을 키우고 있다. 사내 최우수 영업직원들에게 부여하는 '마이스터(Meister)' 직원 육성에도 박차를 가해 2015년에는 200명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내놓은 또 다른 생존 전략은 '글로벌'이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성장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인수한 베트남 현지증권사 EPS증권사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룬다는 목표다. 지난해 25위였던 업계 순위를 15위까지 끌어올리고 본사 영업전략을 전수해 중장기적으로 베트남 5대 증권사로 키운다는 목표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법인 사명을 KIS Vietnam으로 바꾸고 지분도 48.8%에서 최근 92.3%로 높였다.

KDB대우증권(006800)도 해외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일찍부터 뉴욕·런던·도쿄·홍콩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던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12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미얀마 양곤의 호텔 & 서비스드 레지던스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현대증권(003450)은 실적이 안 좋은 도쿄지점과 런던법인은 철수하고 지난해 7월 설립한 싱가포르 법인 영업에 집중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을 예정이다. 동양증권도 대만 유안타증권으로의 인수를 계기로 심기일전해 범중화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IB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칼라일의 ADT캡스 인수에 1,800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 첫 주선 실적을 올렸다.

과거 M&A 인수금융은 시중은행이 주도했지만, 지난해 10월 대형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 이후 업무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조양훈 한국투자증권 AI/M&A부 상무는"기존 M&A 자문 업무에 인수금융업무까지 추가해 신규 수익원 발굴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IB의 강자 우리투자증권도 IB부서를 2개에서 4개로 확대하고 상품세일즈본부를 신설했으며 전통인수시장을 대체할 구조화, 인수금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형사들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기반으로 자산관리, 해외진출, IB등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면 중소형사들은 특성화를 통해 '전문 증권사'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대형 증권사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틈새 시장을 발굴해 살림을 꾸리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코넥스 기업 상장과 주택저당증권(MBS)발행 주관에서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유진투자증권(001200)은 해외기업 기업공개(IPO)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B투자증권은 대형·중소형 기업을 아우르는 채권 발행 주관에서, 하이투자증권은 선박·항공기·에너지 등 대체투자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4~5년 전 증권업계가 마지막 전성기를 달릴 때 증권사들은 지점수를 늘리고 모든 업무에 손을 대는 외형 확장 정책을 펴왔다"며 "지금은 자본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나 보니 대형사는 자산관리나 IB업무에 집중하고 중소형사는 특성화를 통해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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