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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재개편안에 대한 중산층 반발이 거센 가운데 중소업계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말로는 ‘중소기업 주연시대’라고 추켜세우면서 정작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고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는 제외되면서 곳곳에서 불만들이 표출되는 모습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해 중소업계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부담이 증가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세제 개편안에 대해 중소업계가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가업상속세제 ▦일감몰아주기 증여 과세 ▦노란우산공제 세액공제 전환 등 크게 세가지다.
우선 가업상속세제의 경우 김 회장은 “이번에 대상 기업이 매출액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됐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며 “적어도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매출액 대상을 확대해줘야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업계는 특히 새로 도입된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로 부담이 더 커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업력 20년 이상의 오너가 가업상속재산 200억원을 가업승계할 경우(가업승계 후 매각금액 250억원) 현행법상 35억원을 내지만 정부안대로 하면 48억3,000만원을 부과하게 된다. 세부담이 38%나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공제율(70%)과 공제한도(300억원)가 확대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 회장은 “공제율 100%ㆍ공제한도 1,000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며 “가업승계시 대부분 큰 금액을 납부하기 어려우니 나중에 주식 매각시점으로 유보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 역시 중소업계는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과세요건 완화 일환으로 대주주 지분율 요건을 3%에서 5%로, 정상거래 비율도 30%에서 50%로 상향했다. 하지만 이는 지분율이 낮은 대기업에만 유리하지, 정작 비용절감 측면에서 내부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별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대기업과 개념이 다르다.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제외되는 게 맞다”며 “9월 정기국회때 제대로 된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란우산공제 세액공제 전환도 중소업계가 마뜩찮게 보는 부분이다. 정부가 이번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소기업ㆍ소상공인의 안전판인 노란우산공제 가입자 세부담도 연 9~78만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현행안을 유지하든지, 12%의 세액공제율을 15%로 상향하고 공제한도도 400만원으로 확대하는 대안을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세제개편안에 대한 입장과 함께 개성공단, 글로벌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 범위 등에 대해서도 견해를 피력했다. 개성공단의 경우 그는 “14일 예정된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잘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에 타결되면 앞으로 남북 경협은 의외로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또 중소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중기중앙회가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기중앙회는 조만간 ▦중국 시안에 중소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투자사절단 파견 ▦신흥시장에 한국기업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포럼 개최 ▦일본 경제 교류 위해 중소기업 단체장 미팅 등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다.
끝으로 김 회장은 중소기업청이 개편 추진중인 중소기업 범위와 관련해 “상시근로자수와 자본금 기준을 폐지하고 매출액 기준으로만 단순화시키되 경제규모에 맞게 매출액 기준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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