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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계경제] 흔들리는 미국경제 (1)
입력1998-12-15 00:00:00
수정
1998.12.15 00:00:00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는 지난 7월께 「21세기의 미국 경제」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 예찬론을 길게 늘어놓았다. 90년대 들어 이룩한 미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정보통신과 첨단기술의 발전 덕택이며 최소한 21세기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그러나 8월 중순 러시아 경제가 파탄나고 중남미마저 휘청거리자 이같은 자신감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미국이 무너지면 결국 세계공황이 닥쳐올 것이라는 극단적인 위기의식이 월가를 휩쓸어 버렸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자처하던 미국경제는 올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증시과열 등 거품경제에 대한 경계론이 높아진 시점에 신흥시장위기가 미국경제 곳곳에 드디어 충격으로 다가온 셈이다.
올해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연말까지 2,400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며 기업들은 경영수지 악화와 대량 해고사태에 직면해 있다. 세계 금융센터를 자처하던 월가도 그 어느 해보다 추운 연말을 앞두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곳은 제조업과 농업부문이다. 공장 주문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해외시장의 수요 감소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미국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지난 9월초 헤지 펀드인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위기였다. 당시 미국 자본시장은 극심한 신용 경색에 시달렸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연일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등 당국자들이 『50년만에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면서 잇따라 경고 사인을 내놓은 것도 바로 이 때였다.
올해 미국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또다른 요인은 중남미국가들의 금융위기다. 미국과 밀접한 정치·경제적 관계를 맺고있던 브라질 등 중남미의 위기상황은 클린턴 행정부를 줄곧 괴롭혔다.
만성적인 재정난, 방만한 외채구조, 불안정한 정치상황 등은 이들 중남미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였다. 전체 세입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원유가 급락사태는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경제를 극심한 침체상태로 빠져들게 했다. 중남미의 경제 성장률은 올해 2.5%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올 한해동안 미국이 「세계경제의 동력」으로서 최악의 상황을 막아낸 버팀목 역할을 해낸 것은 분명하다. 지난 9월부터 석달간 3차례에 걸쳐 단행된 금리인하는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가뭄속의 단비같은 조치였다.
각종 통계수치나 연구기관에 따라 엇갈리긴 하지만 미국경제는 불안한 가운데서도 점차 예전의 탄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 2·4분기중 1.8%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전체를 기준으로 할때 3.5%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쨌든 올해 12월까지 치면 미국은 93개월째 호황기를 지속, 사상 최장기의 호황국면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9월 이후 석달간 모두 6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고 실업률은 4.4%로 3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도 연간 1.5%로 낮은 편이며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활동도 여전히 활발한 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급속한 불황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으며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경제 내부의 불균형이다. 제조업부문이 침체된 상태에서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만으로 장기간 성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분석도 없지않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조차 요즘 미국경제에 대해 정확한 견해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강건함과 취약성을 동시에 갖고있어 사소한 외부 충격에 의해서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게 바로 미국 경제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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