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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인테리어 통째로… 도 넘은 프랜차이즈 베끼기 창업

뜨는 '원조' 따라서 메뉴서 매장까지 '미투' 수법

예비 창업자로 속여 정보 빼내는 등 갈수록 치밀

中서도 기승… 법적 보호 미비해 소송해도 상처 뿐

디저트카페 ''설빙'' 상하이 1호점.

미투브랜드 ''설화빙수'' 저장원저우점.

국내 한식뷔페 프랜차이즈 '풀잎채'는 최근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전에 풀잎채 프랜차이즈 점포를 내고 싶다며 매장 디자인은 물론 메뉴까지 주요 정보를 상담 과정에서 얻어간 예비 창업자가 지난 4월 인천시 논현동에 '솔잎채'라는 유사 브랜드 점포를 소리 소문 없이 오픈한 것. 오는 24일 '소래포구점' 오픈을 오랫동안 준비하던 풀잎채로서는 솔잎채 1호점과 인근이라는 점에서 더욱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풀잎채 관계자는 "솔잎채 측에 고기뷔페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라고 지난주 요청했다"며 "솔잎채가 한식뷔페 그대로 영업을 계속할 경우 소송까지도 고려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브랜드 5,000개 시대를 앞둔 프랜차이즈 시장이 도 넘은 '베끼기' 창업 행태에 멍들고 있다. 과거 변화하는 고객 입맛에 따라 유행하는 메뉴를 비슷하게 내놓는 게 1세대 '미투(Me-too)' 창업이라면 현재는 상호는 물론 매장 인테리어와 메뉴까지도 통째로 모방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예비 창업자로 가장해 주요 정보까지 빼가는가 하면 점포 사진까지 찍어 사용하는 등 베끼기 수법이 한 단계 진화하는 형국이다.

6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풀잎채를 비롯해 '오븐에 빠진 닭(오빠닭)' '바푸리' '설빙' '땡큐맘치킨' 등 국내외에서 상호를 도용당하거나 유사상표로 골머리를 앓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풀잎채는 업무방해·유사상표 사용 등을 이유로 솔잎채와 소송을 준비 중이며 오빠닭은 유사상표 '오빠가 튀긴 닭(오튀닭)'과 상표권 등록 문제로 법적 대응이 한창이다. 바푸리 측은 "주요 메뉴 레서피를 그대로 따라 했다"며 '김밥킹'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상표나 콘셉트, 매장 디자인을 무차별적으로 베끼는 미투 창업은 중국 시장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설빙은 유사 상표인 '설화빙수'가 현지에서 원조 행세를 하며 가맹점을 모집하자 상표권 등록을 서두르고 있다. 자사 브랜드를 통째로 베낀 '짝퉁'이 원조보다 먼저 상표권을 등록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다. 상호는 물론 매장 디자인, 메뉴 등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땡큐맘치킨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처럼 미투 창업이 국내외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성행하는 이유는 "돈이 된다면 유사 브랜드라도 무조건 내놓는다"는 식의 비도덕적이며 무분별한 창업 문화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외식 브랜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메뉴나 디자인 등을 상대 기업이 모방하거나 도용했다고 판단할 법적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베끼기 창업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주 요인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유사 브랜드 출현으로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운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최근에는 예비 창업자로 가장해 접근하거나 정부 기관이 만든 '멘토-멘티 제도'까지 악용해 정보만 빼가는 등 베끼기 수법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멘토-멘티 제도는 기존 창업자들이 재능 기부 차원에서 무료로 예비 창업자와 만나 창업 노하우나 경영비법 등을 전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비 창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기 위해 시작한 제도가 유사 브랜드 출현은 물론 본사 인력 유출이라는 최악의 결과까지 이어져 몇몇 프랜차이즈 기업의 속앓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차별적인 미투 창업보다 더 큰 문제는 유사 브랜드나 메뉴·디자인 등을 확인하더라도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대비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미투 창업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이 없어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전적으로 법원 판단에 의존한다. 특히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반드시 이긴다는 승산도 없고 승소한다고 해도 과정상 기간이 길고 비용 지출도 만만찮아 '상처뿐인 영광'인 게 현실이다. 중국 시장의 경우도 관련법에 따라 원조 업체의 이의를 중국 정부가 받아들인다 해도 짝퉁 기업은 물론 브랜드 소유권자인 본사마저도 현지에서 자사 상호를 쓰지 못하게 돼 있어 본사가 이겨도 문제다.

하명진 변호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미투 브랜드를 막을 수 있는 직접적인 조항이 전무하고 모방 정도를 판단한 기준도 모호하다"며 "해당 법률상 창업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정보공개서를 비롯한 디자인·메뉴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 창업자를 가장해 접근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본안 소송 전에 영업금지 가처분을 내거나 미리 상표권을 등록하는 게 미투 창업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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