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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 중 3곳 '일자리 대물림'

30대 기업 단체협약 실태 조사

노조원 자녀 우선채용 고용세습

노조 인사·경영권 침해도 심각


기아자동차 단체협약에는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신차종을 개발·배치할 때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사실상 투자 결정도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조합원 전보나 희망퇴직을 실시할 때도 노조 합의가 필수다.

이런 사례처럼 30대 대기업 10곳 중 3곳이 노사 단체협약에 노조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다. 또 절반가량은 노조가 인사·경영권을 간섭하는 독소조항을 갖고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24일 노동조합이 있는 매출 10조원 이상 30대 기업의 단체협약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용세습과 유일교섭단체 규정 등 위법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둔 사업장은 전체 30곳 중 절반이 넘는 16곳(53.3%)에 달했다. 조사 대상기업은 제조업 18곳, 금융업 5곳, 운수·통신업 4곳, 유통업 3곳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조합원 자녀, 퇴직자, 장기근속자 등의 자녀나 배우자 등 직계가족 우선 채용 규정이 있는 곳이 11개 기업(36.7%)이나 됐다. GS칼텍스·SK이노베이션·기아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오일뱅크·LG화학·한국GM·대우조선해양·SK하이닉스·현대제철·LG유플러스 등이다.

이 같은 우선·특별채용 규정은 평등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에 위배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우선 채용은 제외시켰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3년 울산지법은 현대차 노조의 단체협약상 특별채용 관례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배치된다며 약정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아울러 현행법이 복수노조를 보장함에도 특정 노조만을 유일한 교섭 주체로 인정하는 '유일교섭단체 규정'을 둔 사업장도 10곳(33.3%)이나 됐다. GS칼텍스·SK이노베이션·현대자동차·S-OIL·기아차·SK네트웍스·현대모비스·한국GM·대우조선해양·SK텔레콤 등이 이에 해당된다.

법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 동의 규정이 있는 사업장도 14곳(46.7%)에 달했다. 전환배치 등 인사이동·징계·교육훈련 때 노조 동의를 얻도록 한 곳이 11곳(36.7%), 정리해고·희망퇴직 때 노조 동의가 필요한 곳은 7곳(23.3%), 기업양도·양수·합병·매각 등 조직변동 때 노조 동의가 필요한 곳은 5곳(16.7%)이었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8월까지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협을 개선하도록 하되 위법조항을 개선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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