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이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LG전자의 구원투수로 '오너경영체제'를 선택했다. 이는 ㈜LG의 2대 주주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을 전자의 수장으로 내세워 '형제 투 톱' 체제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오너 시스템의 최대 장점인 스피드와 과감한 투자로 LG전자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얘기다. 구 부회장의 이번 LG전자 CEO 임명은 인적 쇄신은 물론 하이닉스 인수, LG 경영권 후계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 부회장의 LG전자 CEO 임용 카드는 급작스레 결정된 것이 아니고 지난해부터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전자 위기타개, 오너가 나선다=남용 부회장의 전격 자진 사의표명 뒤에는 실적부진이 작용했다. LG그룹의 경우 전통상 당장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CEO를 중간에 교체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남 부회장이 사퇴 결정을 내린 데는 본인 스스로 새로운 인물과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LG전자의 경우 지난 2ㆍ4분기 영업이익이 1,26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0%나 급감했다. 3ㆍ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2ㆍ4분기보다 못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측이다. 스마트폰 초기 대응 실패만을 실적부진의 주된 이유로 보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LG의 한 고위관계자는 "LG는 경영성과 못지않게 인화를 중시하는 전통이 있고 이번에 중간에 CEO가 교체된 것은 남 부회장이 스스로 경영성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 회장은 LG전자의 위기 타개책으로 오너 등용을 결정했다. 심사숙소 끝에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과 함께 형제 경영이라는 새로운 지배구조 도입을 전격 선택한 것이다. ◇큰 폭의 경영쇄신 및 연쇄 인사 불가피=오너경영체제 아래에서 LG전자는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 부회장이 LG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공격형 CEO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 더더욱 이를 방증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CEO가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진 마당에 사장급 이하 경영진과 임원들의 진퇴도 거론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불가피한 인사만 단행하더라도 그 폭은 예년에 비해 커질 것이 분명하다. 경영전략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자형'인 남 부회장은 사업구조 조정과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왔다. 반면 공격형 CEO인 구 부회장 하에서는 이 같은 전략의 수정이 예고되고 있다. 동시에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구 부회장 체제로 바뀌면 후속으로 조직정비가 이뤄질 것이고 그룹 내에서도 인사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이닉스 인수, 경영권 후계도 관심=구 부회장 체제 전환으로 LG전자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도 증권계 안팎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구 부회장이 옛 LG반도체를 이끌면서 반도체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일단 이에 대한 LG그룹의 공식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이다. LG그룹 고위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는 이미 그룹 차원에서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 난 상황"이라며 "구 부회장이 전자의 새 CEO가 되도 달라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인수주체로 LG전자가 계속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이 서로 독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의 반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구 부회장이 LG전자를 이끌게 된 것을 그룹 경영권 구도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과장의 경우 1978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어리다. 2세들이 성장하기 전까지 형제경영체제로 그룹 경영권을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LG그룹 경영권 구도의 경우 구 부회장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구 부회장이 LG전자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세상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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