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기업을 상대로 한 해외 업체들의 특허소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 미국기업이 한국업체가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미 국제무역위원회에 무역구제 조사를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허 소송의 경우 시일이 오래 걸리는 반면, 무역구제조사는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고, 곧바로 수입금조치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기업을 상대로 한 새로운 압박카드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미국계 협력업체인 O2마이크로(O2Micro(R) International Limited)가 LG 디스플레이와 미국법인인 LG 디스플레이 아메리카를 상대로 무역구제 조사를 신청했다. LG디스플레이도 “무역 구제 조사 요구대상에는 LG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대만 등 다른 기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세부 내용을 파악중에 있다”며 사실을 확인했다. O2Micro는 미 실리콘 벨리에 있는 벤처기업으로 LG 디스플레이에 인버터 제어칩을 공급해왔다. O2마이크로가 소송이 아닌 무역구제 조사를 택한 것은 이 방법이 해당 기업을 압박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소송은 판결이 확정되면 손해배상과 수입금지 등이 가능하지만, 시일이 오래 걸린다. 무역구제 조사는 손해배상은 불가능 하지만 조사 기간이 소송 보다 짧은 데다 수입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통상 전문가는 “특허권 침해 무역구제 조사에서 O2마이크로가 이긴다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려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LG디스플레이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해외 경쟁사들의 특허 침해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해외에서 샤프 등 25개사로부터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당한 상태다. LG전자도 지난해말 현재 해외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으로 피고로 제소된 사건이 15건에 이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해외에서 3~4건의 특허소송을 진행중이고, 하이닉스도 램버스와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기업들이 국내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로열티 수입을 노리고, 시장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특허 소송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소송외에도 우리 주력 수출기업의 경우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경쟁당국으로부터 TFT-LCD, DRAM, SRAM, FLASH Memory, LCD패널, CRT(브라운관) 등의 분야에서 가격담합을 이유로 조사를 받고 있는 등 경쟁규제와 소송 리스크에 상당 부분 노출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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