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한국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될 때 외국 금융사에 많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중국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기회를 누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거대한 중국 금융시장이 점차 개방되는 가운데 외환은행이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중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말 중국 내 은행 간 채권시장(CIBM) 투자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교통은행으로부터 1억달러 한도의 크레디트 라인을 확보, 현지에서의 위안화 단기 차입에 성공했다.
외환은행 내 대표적 '중국통'으로 이번 거래를 성사시킨 강창훈(사진) 자금시장본부장은 11일 "외환은행이 중국 내에서 위안화 조달과 운용을 모두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진정한 중국 금융시장 플레이어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중국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먹거리가 생길지 가늠할 수 없지만 결국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역외 은행이 중국 내에서 단기 자금을 조달하고 중국 은행 간 채권시장에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중국 금융시장 현실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주식 시장을 차차 개방하는 데 이어 최근에야 역외 은행들에 단기 자금 시장의 문을 열고 있는데 이 비좁은 자리를 외환은행이 차지한 것이다.
외환은행은 1주일짜리 단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위안화 자금 중개 역량이 크게 확충됐다. 지난달부터는 중국 내 채권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며 올해 안에 투자 규모를 최대 10억위안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국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초기 진통'을 먼저 겪었다는 것은 외환은행의 큰 자산이다. 강 본부장은 "지난해 CIBM 자격을 획득했지만 초기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아 첫 투자가 이뤄지는 데만 7개월이 걸렸다"며 "앞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되면 중국 내 네트워크가 뛰어난 하나은행 중국 법인과 외국인 직접투자(FDI) 업무 역량이 높은 외환은행의 전문성이 합쳐져 중국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