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려고 여행을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동차,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기차는 여행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차가 일정 테마를 가지고 운행 된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그 자체를 즐기기에 충분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 여름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이 내놓은 바다열차, 와인열차 등의 테마 관광열차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여행을 가도 좋을 만큼 관광상품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동해 경관 지난달 말 개통한 바다열차는 경의선 통근열차를 개조한 것으로 좌석은 바다 쪽을 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하루 여섯 차례 강릉~삼척(58.2㎞) 사이 기찻길을 오가며 가로ㆍ세로 1.3m 정도의 큰 창으로 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바다열차를 타본 사람들은 “그간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로 동해선을 수 차례 다녀봤지만 이처럼 수려한 경관을 옆에 두고 기차가 달리고 있는지 몰랐다”고들 한다. 하지만 명색이 바다열차라도 전 구간 바다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열차만을 위해 특별 노선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체 운행 시간 중 바다가 보이는 시간은 30분 가량(강릉~삼척 운행시간 1시간 20분)이며 가장 잘 보이는 구간은 안인~정동진, 망상~묵호, 동해~추암 세 구간이다. 하이라이트 구간이 보이는 순간엔 사람들이 미리 짜놓은 것처럼 “우와!”하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바다 구간이 길지 않은 만큼 바다가 보일 때는 천천히 운행을 한다. 바다열차가 전 구간 바다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불만스러워 하는 고객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 이외의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워 한다는 것이 코레일 강원지사 측의 설명이다. 코레일 강원지사 관계자는 “동해에는 바다 말고도 볼 거리가 많다는 걸 알리기 위해 이 열차를 만들었다”며 “창밖에 보이는 풍경과 사람들을 보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강원도의 매력을 깨닫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차가 달리는 내내 창에 비치는 동해의 풍경은 다양하다. 논에서 피를 뽑는 농촌 사람들, 선로 아래로 흐르는 개천, 강릉 통일공원의 거대한 함정 등. 생각지도 못했던 강원도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이 창밖에 펼쳐진다. 바다열차는 이 같은 경치를 감상하는 열차지만 기차 내부는 활기가 가득하다. 승무원들이 진행하는 방송과 이벤트 때문이다. 열차를 운행하는 내내 DJ 역할을 맡은 승무원이 승객들의 신청곡과 사연을 받아 방송을 하는데 반응이 꽤 뜨겁다. 신청곡과 사연을 담은 문자가 쇄도해 도착 전까지 방송을 다 해줄 수 없을 정도다. 이 같은 다양한 서비스에 대부분의 승객들이 만족하는 편이지만 개통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터라 불편한 점도 더러 있다. 선착순으로 자리를 선택하다 보니 자리 선점을 위해 서둘러야 하는데다 어린이 요금도 1만3,500원(특실 기준ㆍ성인 1만5,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코레일 강원지사 측은 이와 관련 “이른 시일 내에 할인요금제도를 정착시키고 일반석 객실 보수도 마칠 계획”이라며 “적어도 9월에는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정좌석제는 현재 준비 단계에 있으며 늦어도 이 달 안에는 예약과 동시에 지정좌석을 배정 받을 수 있다. “기차타고 와인 맛보러 가자” ‘포도따기 체험 열차’는 서울~영동 구간을 운행하던 ‘와인열차’에 영동ㆍ김천 포도축제 관광을 포함,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형 상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열차는 이달 14일부터 9월 2일까지 매주 화ㆍ토요일에 운행하며 열차 이용객들은 영동지역의 포도주 양조장에서 와인 제조과정을 견학ㆍ체험할 수 있다. 또 열차 이동 중에는 5종류의 와인을 시음하고 와인에티켓 강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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