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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 분양」 늘어난다/자금난 등 업체부담 가중
입력1997-04-23 00:00:00
수정
1997.04.23 00:00:00
이은우 기자
◎수요자,업체부도우려 「착공시점분양」 꺼려주택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아파트입주시점이 돼서야 분양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자금이 묶이고 금융비용이 발생하지만 유명 주택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수요자의 불신이 강해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 착공과 동시에 분양하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강릉의 주택업체인 근화건설은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에 지은 삼천리2차아파트 90가구의 분양을 지난 2월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95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이달말 완공 예정으로 착공한 지 1년3개월만에 분양을 한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주택업체 부도에 대한 우려가 너무 강해 실물이 없이 분양을 할 수 없었다』며 『이미 다 지었지만 아직도 팔리지 않은 아파트가 40% 이상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국민주택기금을 받는 아파트가 82가구나 돼 이 돈과 자체 자본을 투입해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며 『이곳에서 착공과 동시에 분양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대형주택업체도 마찬가지다. (주)기산은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노탑리에 지은 1백75가구의 아파트를 착공, 1년5개월만인 지난 9월 분양하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 역시 다음달 입주예정이지만 아직도 4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도권이지만 입지가 좋지 않아 분양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미리 분양해 계약금이 들어오는 것과 나중에 지어놓고 팔아 분양률을 높이는 것과 비교할 때 그래도 금융비용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전북의 중소주택업체인 제일건설은 전북 익산시 영등동에 지은 5백45가구의 아파트를 지난달 분양하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이달 입주예정으로 계약금만 내면 바로 입주할 수 있다.
이밖에 청호건설이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에 짓는 98가구의 아파트는 분양은 이달초, 입주는 8월 예정이며 영창건설, 대영건설 등도 각각 전주 송천동과 전북 완산군 삼례읍에 짓는 아파트를 연말 입주 예정인 상태에서 이달부터 분양에 들어갔다.
그동안 임대아파트는 다 짓고 난 뒤 공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분양아파트는 착공과 동시에 분양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래야 입주예정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공사비에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유례없는 불황에 우성건설을 비롯, 인지도가 높은 대형주택업체들마저 부도를 내는 상황에서 착공만 해놓고 집값을 받기에는 주택수요자들의 불신이 너무 크다.
업계의 관계자는 『일부 대형업체들은 분양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아예 공사를 연기하고 기다린다』며 『사업 한건씩 해서 돈을 버는 중소업체들은 직원들을 놀릴 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기석·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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