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가격이 오르면 식품 가격을 훌쩍 올리고 반대로 재료 가격이 내리면 생색내기 수준의 인하에 그쳤던 식품업체 관행에 정부가 우회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밀가루 가격 인상에 따라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라면 등 관련 제품의 가격을 올리려던 주요 식품업체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밀가루 가격 인상(평균 8.5%)에 따른 라면∙과자∙식빵∙자장면의 원가 인상요인은 0.95%에 불과하다고 14일 밝혔다.
1만원짜리 밀가루 가격이 1만1,000원(10% 인상)으로 올랐다고 하더라도 밀가루가 원료인 1,000원짜리 라면도 덩달아 1,100원으로 오를 필요는 없고 1,010원(1% 인상) 정도면 적정한 인상폭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라면 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력분 밀가루 인상률(9.3%)을 여기에 곱하면 실제 인상 요인은 0.9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평균 700원인 라면의 인상 원가는 6원40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비슷한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1,590원인 식빵의 인상 원가는 28원으로 계산됐으며 5,000원인 자장면과 690원인 과자(새우깡)의 원가는 각각 23원30전, 4원40전으로 제시됐다. 이번 밀가루 가격 인상에 따른 식품 가격 상승 요인은 사실상 미미하다는 얘기다.
협의회는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은 대체로 밀가루 가격 상승 효과를 항상 초과했다"며 "밀가루 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가공식품 가격은 도리어 올라 서민 장바구니 물가를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자료는 기획재정부가 이례적으로 직접 홍보에 나서 사실상 정부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협의회는 정부의 물가대책회의에 참석하는 정식 멤버지만 정부 산하기관은 아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상승과 관련해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 자료를 배포했다"며 "원가비중 계산 등 구체적인 분석에 참여하지는 않았고 식품 인상의 가이드라인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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