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아베노믹스 발목 잡고 있는 일본의 노동개혁'에 따르면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최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춘 데는 성장전략 중에서도 노동개혁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취임 직후 노동개혁을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여성·고령자 등의 노동참가 촉진 △교육과 능력개발을 통한 인적자본 강화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의 노동이동 촉진에 따른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성장전략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만큼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동개혁의 핵심인 정규직·비정규직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정규직을 개혁하는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아베 정부는 기존 정규직(정사원)과 비정규직 중간 개념으로 직무·근무지·노동시장을 한정한 무기고용계약 직원, 즉 '한정 정사원'을 도입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정규직 개혁을 동시에 해결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한정 정사원'의 해고규칙을 놓고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정사원보다 해고절차가 쉬워지는 것을 놓고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제도 도입도 유보된 상태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제도란 업무·수입 등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전문적인 사무직 근로자에게는 아예 노동법상 노동시간 규제 전체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오직 성과만으로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잔업수당 제로' '무제한 노동시간' 등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결국 법안은 유보됐다.
류상윤 책임연구원은 "노동 분야는 전 국민이 직접 이해당사자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인데다 각 나라별로 제도와 관행이 서로 얽혀 있어 외국의 정책을 곧바로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며 "경직성 연공서열 등 고용관행도 민간기업이 개선하지 않는 한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류 연구원은 "아베 총리가 투표 없이 자민당 총재에 재선되면서 정권의 안정성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 그만큼 성장전략의 실천 가능성도 커졌다"며 "하지만 이대로라면 노동개혁이 성장전략의 병목이 돼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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