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뱁새가 되더라도 황새처럼 한번 살아봐야지요.” 월 수입 150만원의 평범한 직장인 박모(29ㆍ여)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계’를 들었다. 밥값ㆍ교통비 등을 아껴 매달 30만원을 부어 200만원 정도의 피부미용 시술 비용을 모으고 있는 것.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자기가 사고 싶은 상품 구입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올인’하는 이른바 ‘황새소비족’이 급증하고 있다. 황새소비족은 먹거리 등 생필품 구입에 돈을 아끼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웰빙’ 열풍과 더불어 ‘합리적 소비’보다 ‘감성적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뱁새를 황새처럼 놀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이 상품과 소비자의 범위를 넓히는 기업 마케팅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최근 1,500원짜리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5,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받은 이른바 ‘된장녀’도 이러한 기업 마케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황새소비족의 부상은 최근 소비행태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피부미용 전문기업인 고운세상네트웍스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뷰티 관련 비용을 모으기 위해 밥값을 아낀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27%로 나타났다. 또 제일기획이 26~35세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꼭 갖고 싶은 제품은 가격과 관계없이 구매한다’는 응답자가 38.1%,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46.9%에 달해 20~30대들은 자기중심적이며 감성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고객의 소비취향에 따라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고급화ㆍ차별화된 이미지를 강조해 황새소비족을 자극하면 매출이 쑥쑥 올라가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남양유업의 ‘몸이 가벼워지는 17차’. 이 제품은 웰빙 음료에 머물러 있던 녹차를 ‘전지현 같은 날씬함과 미모를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녹차’라는 이미지로 접근해 출시 1년여 만에 월 1,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LG생활건강의 60만원대 한방화장품 ‘환유고’, 현대자동차의 ‘뉴EF쏘나타 엘레강스 스페셜’ 역시 ‘황새’를 꿈꾸는 소비자를 자극해 성공을 거둔 제품들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소비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남성 중에도 셋방에 살지언정 외제차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각자가 추구하는 소비의 대상이 다를 뿐이며 소비가치의 기준도 각각의 개성만큼 다양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남들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것은 소비의 우선순위가 주관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의 ‘명품소비’ 개념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소비의 대상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소비문화의 진화’라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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