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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떼돈' 벌어 줄 최첨단 로봇
바늘구멍 수술로봇 개발 땐 시장 선점 기대[원천기술 강국 만들자] 수술에서 비행까지 로봇시대간·폐 등 1cm이하까지 치료상처 최소화·회복도 빨라 KIST 등 비행로봇 도전장국내 로봇기술 걸음마 수준… 투자 확대·인력 양성 시급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최재순(왼쪽)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개발센터 교수 등 연구진이 중재시술로봇 시제품을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산업기술평가관리원
병원 수술실에 누워 있는 환자 위로 3m 높이 로봇이 보인다.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옆에 앉아 3차원 화면을 보며 조작하자 로봇 팔도 함께 움직인다. 이같은 로봇수술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국내에 로봇수술이 도입됐던 2005년에는 24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로봇수술은 지난 2010년 6,500건으로 급격히 늘면서 대세가 됐다. 수술영역도 각종 암은 물론이고 흉부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으로 확대됐다. 다소 비용이 비싼 편임에도 로봇수술을 택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로봇수술이 급증하자 미국 회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금고엔 돈이 넘쳐나고 있다. 다빈치시스템이라는 수술로봇을 독점 생산하고 있는 덕이다.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로봇 분야는 산업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원천기술이 없어 고스란히 시장을 내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다. 다행히 최근 들어 국내에서 로봇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을 비롯 한국과학기술원, 현대중공업, 서울대학교, 로봇산업진흥원, 알에프메디컬 등 10곳이 바늘삽입형 영상중재시술이 가능한 의료용 로봇 개발을 위해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해당 부위의 생체정보를 얻는 지능형바늘에 센서를 달아 1cm 이내까지도 치료하는 로봇을 만들려는 시도다. 이를위해 이 컨소시엄은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의 문을 두드려 향후 5년간 정부로부터 연 20억원씩 총 100억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신체를 절개하는 방법 대신 여러 굵기의 바늘을 사용해 병이 발생한 부위를 시술하는 중재시술은 해마다 시술 건수가 14.8%씩 늘고 있다. 환자에게 최소한의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감염위험이 적고, 회복이 용이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치료에 필요한 지점이나 혈관을 찾을 때 외부 영상 장비의 방사선에 의료진이 반복적으로 노출돼야 했던 문제가 있었다.
아산병원 컨소시엄이 개발 중인 로봇시스템은 시술자와 환자의 방사선 노출 위험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간, 폐, 신장, 림프절 내 1cm 급의 작은 부위까지로 치료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영상촬영과 시술을 자동화·단순화시킬 수 있다.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다양한 의료로봇 기술로 저변이 확대되는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며 세계 수술로봇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EIT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지난 2010년 전년대비 70.2% 성장한 94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세계 로봇시장은 2013년 300억달러 규모를 형성해 본격적인 시장 성장단계에 진입하고 2018년에 약 1,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로봇기술은 과거 단순히 노동을 대체하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인간과 공존하는 서비스를 창출하면서 진화 중이다. KEIT의 한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모두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로봇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재원을 확대하고 인력양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연구소들은 수술로봇에 이어 비행로봇 개발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퍼스텍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컨벡스, 유콘시스템과 함께 1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수직 이착륙 비행로봇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것.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 과제로 지원되는 이 사업은 총 개발기간 5년에 정부출연금 1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착수 후 2년은 개발환경 구축 및 세부단위로 개발이, 이후 3~5년은 다양한 성능시험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기존에는 지상에 정지된 곳에서 비행로봇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확인하고 항공기를 제어하는 형태로 운용됐다. 그러나 비행로봇이 통신이 가능한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활용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퍼스텍 컨소시엄은 도킹스테이션을 장착한 차량에서 자동으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비행로봇 분야는 적의 차량 추적, 전장 감시 인식 등의 국방 분야뿐 아니라 재난구조, 방송중계 등 다양한 민간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항공컨설팅 회사인 틸 그룹 (Teal Group)은 비행로봇 전체 시장규모는 2013년 43억달러에서 2017년 58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KEIT의 한 관계자는 "로봇은 사람이 직접 하면 위험한 화재나 재난 상황 등에 활용도가 무궁한 핵심원천기술로 부각되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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