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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느끼는 감정은 한결같을 것이다. 현관을 들어서면 맨먼저 가지런한 신발이 눈에 띄면 그 집안의 가정교육이 어느정도 수준인가 판단된다. 일본의 좀도둑은 신발놓인 상태가 어지럽게 흩어진 집만 골라서 턴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다. 이는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 또는 사회에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참으면서 지킬 수 있는 도덕문화를 일깨워야만 된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주말이었다. 송파문학회 제3차 심포지엄이 남한산성고을에서 있어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침 시내에 급한 볼일이 있어 전세버스와 회원들의 승용차를 버려둔채 먼저 시내버스로 성남 모란시장까지 내려갔다. 전철이 빠를 것같아 지하역으로 뛰었다. 대기중인 전철에 오르자 초등학교 4, 5학년쯤 되어보이는 여자어린이 일곱명이 건너편 자리에 나란히 앉아 문이 닫히기 전부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눈이 마주쳐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라고 사인을 보냈지만 그때뿐이었다. 조금있자 도둑놈의 갈고리처럼 던지면 아무곳에나 붙는 플라스틱 오쟁이 행상이 오자 거침없이 1,000원씩을 내고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 하나씩 산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내 전철유리창에 던지며 누구 것이 오래 붙어있는지, 그것도 2,000원 3,000원을 부르며 내기를 하자는 게 아닌가. 그것도 아주머니 두분과 필자가 앉아있는 우리쪽 창에다 던지는 것이었다. 손뼉을 쳐대면서 저희들끼리 껴안고 의자에서 뒹굴며 재잘대는 게 자정무렵 먹자골목 고성방가 뺨쳤다. 참다못한 필자가 일어나 아이들의 무례한 행동을 나무랐다. 그러나 덩치큰 아이보다 조그마한 녀석이 처절한(?) 한이 서린 도끼눈을 하고 노려보는 것이었다. 반성의 기미는커녕 당당한 그 태도에 또한 그토록 기를 질리게하는 눈빛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곁에 앉은 아주머니가 『어른이 타이르면 들을줄 알아야지. 잘못을 저질러놓고 웬 반항이니?』 하고 꼬집자 수그러졌다. 차림새나 얼굴로 보아 중산층인 것같은 예쁘장한 아이가 겉과 속이 다른 뱃시드란 말인가. 성년이 된 저 아이들이 공직자나 재벌총수의 부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저토록 마구잡이로 자라서「옷로비의혹」이나 온나라를 시끄럽게한 「그림소동」의 장본인 보다 더한 주인공이 될까싶어 미리 겁부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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