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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한세대 만에 저소득 국가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나라입니다.” (로렌스 그린우드 주니어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던 건국 60년. 대한민국은 지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기적을 이뤄냈다. 불과 60년 만에 경제성장과 민주주주를 동시에 달성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벤치마킹 대상 1위 국가가 됐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9,699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45달러로 1953년에 비해 각각 746배, 299배 성장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교수 등이 평가한 대로 20세기 세계사를 새로 쓴 초고속 성장이다. 이처럼 눈부신 발전은 불리한 대외여건과 끊임없는 위기의 와중에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대한민국은 출발부터 어려웠다. 냉전세력이 대립하는 최전방의 분단국가로 시작했으며 한국전쟁으로 경제기반이 초토화됐다. 이후에도 1ㆍ2차 오일쇼크, 사채 파동,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가 반복됐지만 한민족 특유의 높은 성취욕과 교육열, 역동성과 창의성 등으로 극복해냈다. 이제 한국형 국가발전 전략을 배우기 위해 동남아ㆍ남미ㆍ중동ㆍ아프리카 국가들이 앞 다퉈 도움을 청하고 있다. 반도체ㆍ전자ㆍ조선 등 주력산업은 선진국과 선두를 다툰다. 동남아시아ㆍ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삼성 휴대폰과 LG TV는 부의 상징의 됐다. 한류 열풍에서 보듯 우리 문화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라고 부르기에는 ‘2%’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학습과 모방을 통한 ‘선진국 베끼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선진국 모방을 뛰어넘어 우리 경제의 질적 수준과 시스템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2005년 전세계 11위에서 지난해 13위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호주에 밀려 14위로 추락할 게 확실시된다. 경제의 질적 발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양적 팽창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물질적ㆍ양적으로 국민소득이 4만달러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국 60주년을 맞아 앞으로는 제도나 사회 시스템, 개방성, 국제사회 기여도 등 질적이고 소프트웨어적인 게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구조도 기존의 노동ㆍ자본 투입을 통한 양적 성장보다 연구개발(R&D) 투자, 효율성 제고를 통해 혁신주도형으로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국민의식 개혁, 사회갈등 치유, 제도ㆍ관행 선진화 등을 통한 사회적 자본 확충, 법치주의와 다양성 확립,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통한 선순환 메커니즘 확립, 금융ㆍ바이오ㆍ에너지 등 미래사업 육성 등도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우리 앞에는 지난 60년과 마찬가지로 도전과 기회가 공존한다. 애국주의를 노골화하는 중국 경제의 부상, 급속한 고령화와 성장잠재력 후퇴, 통일 비용 등은 부담 요인이다. 반면 우수한 국민성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치, 정보기술(IT) 산업 기반, 중국ㆍ인도 등 거대 수출시장 등장 등은 분명 기회 요인이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경제는 앞으로 10년 안에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주변국으로 정체하느냐, 후진국으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60년이 빈곤 극복을 넘어 선진국 문턱이 도달하는 단계였다면 이제 선진국 도약을 향한 새로운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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