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쉬의 마지막 노림수는 위빈이 참고도1의 백1로 막으며 흑2 이하 8로 두는 수단이다. 백전노장인 위빈이 장쉬의 노림수를 모를 까닭이 없다. 위빈은 미리 예비해둔 시한폭탄에 불을 댕기기로 했다. 백28이 그것이었다. 흑35까지는 외길수순. 팻감이 없는 장쉬는 흑37로 팻감을 썼고 이렇게 되자 장쉬가 노리고 노리던 마지막 노림수는 저절로 무산이 되고 말았다. 위빈은 흑이 37을 두게 만든 사실에 저으기 만족했는지 별로 큰 팻감이 아닌 백40을 썼고 결국 백42까지의 바꿔치기로 낙착되었다. 선수를 뽑은 장쉬는 흑43으로 넘어가는 큰끝내기를 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로는 기울어진 판세를 뒤엎지는 못한다. 장쉬는 몇수 더 두어보다가 돌을 던졌다. 이 바둑은 발빠르게 전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포석 시기에 장쉬는 참고도2의 흑1, 3으로 변의 전개를 서둘렀으나 백4의 선제공격 한 방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장면에서 장쉬는 흑5, 7로 응수했는데 그의 장인 고바야시 고이치는 흑7을 혹평하면서 그렇게 엉성하게 둘 바에는 흑7을 생략하고 아예 A의 요소를 선점하고 좌상귀 흑의 타개에 승부를 거는 것이 차라리 멋진 작전이었다고 고수다운 대안을 제시하여 검토실의 주목을 받았다. (36…38. 39…28의 오른쪽) 174수 이하줄임 백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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