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우리보다 100배 큰 中도 9곳뿐인데… 선거 때만 되면 추가지정

■껍데기만 남은 경제자유구역<br>총선 앞두고 정치권·지자체 압력 사업불발→구역해제 악순환 우려<br>우리보다 100배 큰 中도 9곳뿐 지역토지개발사업 변질 가능성<br>입지경쟁력 갖춘 곳으로 한정해야


경제자유구역은 치열한 동북아 경제패권 전쟁의 결과물로 탄생했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거점화가 목표였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과감한 조세 혜택과 싼값의 부지제공 등이 유인책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첫 구상이 발표되고 개발 10년차의 성적은 처참하다. 외국인투자 유치는커녕 내국인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외국인자본 유치를 위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지역토지개발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부가 25일 개발면적을 71% 대폭 줄이기로 확정한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지역별 나눠먹기식 폐해가 단적으로 드러난 곳이다. 지난 2008년 국제적인 첨단산업 중심의 '기술경제특구'이자 '대중국 수출입 전진기지'라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 경기 평택항과 충남 당진항을 중심으로 총면적 55.05㎢에 7조4,458억원을 들여 주거ㆍ관광ㆍ첨단 산업단지를 갖춘 자족도시를 오는 2025년까지 3단계로 개발하겠다는 게 당시 정부의 목표였다. 그러나 외국인은커녕 국내 수요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된 공급은 결국 파국을 맞았다. 한화그룹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 시행자들은 사업성이 없다며 도중에 발을 뺐고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같은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에 근거한 경제자유구역 지정 요구가 빗발치면서 전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될 판이다. 경기도는 경제자유구역을 포기한 지 불과 두 달도 안 돼 안산ㆍ시흥 일대에 추가 경제자유구역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강원도ㆍ충북ㆍ전남 등 지자체 등이 가세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기존 6개 구역의 면적이 처음보다 4분의1가량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ㆍ강원ㆍ충북ㆍ전남 등의 지자체는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추가 지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내년이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선거의 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시 무분별한 구역 지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구역 추가 지정이 이뤄질 경우 사업 불발과 구역 해제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우리 국토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중국도 푸둥ㆍ선전 등의 9개 경제특구만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조언이다. 목표로 한 외자유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2006~2010년 전체 외국인투자 신고액 580억 달러 가운데 경제자유구역 비중은 24억달러로 전체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인투자의 97%가 개발사업과 관광레저, 물류단지·물류업에 치중돼 있어 기대했던 첨단산업 유치는 기대 밖이다. 홍성헌 계명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진행 중인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개발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지역토지개발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천의 경우 외국인투자 유치가 기대에 못 미치자 국제업무단지의 면적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상업용지를 늘렸다. 외국인에게 분양할 주택도 내국인에게 분양되면서 한때 투기바람을 낳기도 했다. 기존의 6곳이 경쟁적으로 외자유치에 매달리다 보니 6곳의 특화 의미도 상실했다. 물론 지역균형발전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선택과 집중이 떨어지다 보니 국가 전체적으로는 손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제도도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하는 것은 모든 경제자유구역이 공멸하는 길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허 교수는 "과다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을 입지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한정해 대폭 축소하고 선심성 지역개발사업으로 전락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