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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불청객 모기 알고 대처하자
입력2004-07-22 10:16:21
수정
2004.07.22 10:16:21
"손으로 잡으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
장마가 끝나고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모기를 매개로 하는 말라리아ㆍ일본뇌염 등 전염병 확산이 우려된다. 고온 다습한 환경은 모기가 알에서 성충이 되는 기간을 단축시켜 그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기온이 10도 올라갈 때마다 모기 개체 수는 2배로 많아진다.
감염내과 전문의 중에는 모기는 손으로 잡지 말 것을 권하기도 한다. 피를 빨고 있는 모기를 손바닥으로 내리칠 경우 모기 몸에 묻어있는 바이러스가 피부속으로 침투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모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일이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감염내과) 교수는 “모기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면서 “모기의 습성을 잘 알아두면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세계적으로 2,700여종=모기는 세계적으로 2,700여종이나 서식한다. 주로 열대-온대지방에 서식하는데 생존력이 뛰어나 깊숙한 탄광 지하터널이나 해발 4,000m의 고지에서도 왕성하게 생활한다. 성충단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속에서 살기 때문에 근처에 물 웅덩이가 많으면 모기가 상대적으로 많다.
모든 모기가 피를 빠는 것은 아니다. 몸 속에서 알을 키워야 하는 산란기 암컷만 빤다. 교미를 한 암컷 모기는 영양공급을 위해 동물성 단백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란기가 아니면 모기의 주식도 벌이나 다른 곤충처럼 식물의 꿀이나 수액이다.
◇ 모기에 물리면 걸리는 질병=대표적인 질병이 말라리아와 일본뇌염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휴가계획을 잡고 있다면 상피병이나 뎅기열을 조심해야 한다.
특유한 열 발작과 빈혈 및 비장이나 간장이 붓게 되는 말라리아에 걸리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고열이 난다. 체온은 39~41도에 이르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극점을 지나면 땀을 비오듯 쏟아 내고 열이 내려간다. 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많은 말라리아 원충이 뇌 소혈관에 괴어 뇌의 연화소(軟化巢)를 일으키는 일이 있는데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체온 38~39도의 고열을 내고 심한 두통을 일으키면서 구역질ㆍ구토를 동반하는 일본뇌염은 나이가 어릴수록 복통이나 설사 등 위장병이 따른다. 처음에는 여름감기에 걸리거나 밤에
차게 잤을 때 증세와 비슷하나 열은 더욱 높아져서 40도 전후에 이르며 헛소리를 하거나 흥분하고 의식이 혼탁해지며, 안면과 팔다리의 경련증세를 보인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은 상피병(Filaria), 국부가 부어 오르는 동통 발작을 반복하면서 피부가 점차 두꺼워진다. 잠복기(3~6일)를 거쳐 오한 떨림 고열을 내고 두통 요통·
김 교수는 “사지통을 일으키는 황열병(yellow fever)은 혈액이 섞인 흑색의 구토(흑토병의
유래)를 비롯해 코피 피부점막출혈 황달 등의 증세를 보인다”면서 “발병 후 5~10일 후 사망하는 일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같은 공간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유난히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바로 옆 사람이 사정없이 모기 공격을 받을 때도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 따로 있는 것일까.
모기에 가장 발달한 감각은 후각이다. 특히 동물이나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에 민감하다. 대기 중에는 0.03%~0.04%의 이산화탄소가 있는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4~5%까지 올라간다. 이때 모기는 0.01%의 이산화탄소를 감지하고 반응을 보이는 예민한 감각기관을 촉수(아래입술수염)에 갖고 있다.
모기는 1~2m 떨어진 곳에서는 체온이나 습기로 공격대상을 감지하지만 사람이 호흡을 하며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10~20m 밖에서도 느낀다. 한 여름 밤 모깃불을 놓는 것도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이산화탄소를 좋아하는 모기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먼 거리에서도 대상을 쉽게 감지하는데 이때 모기는 피부 분비샘에서 나오는 젖산 아미노산 요산 암모니아 냄새를 맡고 찾아낸다. 특히 화학물질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기는 땀냄새나 아미노산 발냄새를 좋아하므로 더운 여름에는 자주 씻고, 향이 짙은 바디용품이나 화장품을 피해야 한다.
몸집이 뚱뚱한 사람이나 어린 아이들이 모기에 잘 물리는 것은 신진대사가 활발해 몸에서 많은 열을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깨끗하게 샤워하고 늘 몸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모기가 좋아하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없애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 이 때는 되도록 현관이나 창문을 열어놓지 않는다.
습하고 더운 날일수록 모기들은 극성을 부리므로 선풍기나 에어컨 등으로 실내온도를 조금씩 낮춰주는 것도 모기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법이다.
모기는 가만 있는 사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에게 더 달려든다. 수백개의 감지 센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방향과 속도를 순간적으로 바꿔서 비행할 수 있다.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자다가 귀에서 엥~하는 소리에 일어나 불을 켜고 벽을 보면 모기가 벽에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본다. 이는 한번에 멀리 날지 못하는 모기의 습성 때문. 목표물을 찾기 위해 날아다니는 모기는 벽에 앉았다가 또 움직이는 동작을 되풀이하므로 가능한 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유리하다. 모기가 좋아하는 색깔은 따로 있다. 파장이 짧은 푸른색, 보라색, 검은색을 좋아하는데 모기를 피하려면 밝은 색 잠옷을 입는 것이 좋다.
◇모기에 물렸을 때는
모기에 물렸을 때 약이 없으면 우선 침부터 바르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알칼리성 물질인 침이 산성인 모기 침에서 분비되는 액을 중화시켜 가렵지 않게 만든다는 것.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하다. 모기 물린 부위에 침은 단순한 진통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침은 순간적인 가려움만을 없앨 뿐이며 오히려 침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연쇄상구균 및 포도상규균 등 1㎖당 1억 마리의 세균으로 상처를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모기에 물렸을 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얼음찜질로 혈액순환을 억제하거나 알칼리성 용액인 묽은 암모니아수를 바르는 것이 좋다.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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