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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관세제도 개선시급

이라크 전쟁이 종결되었다. 이번 전쟁을 놓고 정치ㆍ경제, 군비 경쟁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 석유질서 재편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는 석유 확보가 한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를 결정하는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냉엄한 국제 현실을 감안한다면 현재 우리의 석유 정책과 비전이 21세기 국가 경쟁력과 후손의 미래를 담보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량 중 석유에 50%를 의존하고 있으나 사용 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태생적 자원 빈국이다. 또 원유 도입량이 세계 4위에 이를 정도로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이는 지난 40년 동안의 고도성장 시기에 조선ㆍ철강ㆍ자동차ㆍ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에 역점을 둔 결과이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산업의 매출액은 39조원(지난해 현재)으로 국내총생산(GDP) 중 6.5%를 차지하고 석유류 세수는 18조5,000억원에 달한다. 총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올해 국방비 예산(18조2,000억원)보다 많다. 이는 석유 등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과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내 산업 발전과 국제적 위상 확보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석유산업의 현실과 정부 정책은 어떤가. 지난 97년 석유 산업 자유화 이후 불과 5년만에 수입 제품 점유율은 10%에 달하고 유사 석유제품 범람 등으로 국내 정유산업은 2000년 이후 약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경상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위기는 업계 내부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의 석유 정책이 미비한 게 더 큰 요인이다. 특히 원유 관세 제도는 국제 수준은 물론 국내 체계에 부합하지 않아 경쟁력 저하의 주요인으로 지적 받고있다. 국내 정유 업계가 원유 관세를 인하해달라는 것은 시설 투자에 따른 고정비를 부담하고 있는 국내사와 단순 수입 판매하는 수입사간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을 확립해야 달라는 뜻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이나 경쟁국은 대부분 원유 무관세 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OECD 30개국 중 24개국이 원유 무관세이고 미국은 0.3%에 불과하다. 중국ㆍ타이완도 지난해부터 무관세로 전환했고 일본도 2006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83년부터 20년 동안 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세수 확보 때문이지만 경쟁국에 비해 스스로 재갈을 물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과다한 원유 관세는 국내 관세율 체계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 관세는 원재료 1~2%, 1차 가공품 5%, 완제품 8% 등으로 원재료에는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반면 완제품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세연구원은 원유와 수입석유 제품간 적정 관세율 격차는 8%가 바람직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6%), 중국(7.5%) 타이완(9.5%) 등 주요 경쟁국이 원유와 완제품간 관세 차이를 높게 매겨 국내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으나 우리나라만 유독 2%에 불과해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 기준에 부합되게 원유를 무관세로 하고 원유와 제품간 관세 차이를 적정하게 개선한다면 석유 산업 경쟁력 확보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세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유 무관세를 도입할 경우 세수 1원이 줄어드는 반면 국민 실질 소득 증가는 1.258원에 달한다. 특히 소비자물가 0.05% 하락, 무역수지 약 4억9,000만 달러 개선, GDP 성장률 0.1% 향상 등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 막대하다. 더구나 원유 무관세에 따른 세수 결손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는 2006년까지 에너지세제 개편이 완료되면 총 34조여원의 세수가 증가되고 2006년 이후에도 세제 개편전 대비 연 10조원의 지속적인 세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도 최근 경영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지만 부여된 책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불합리한 관세율 체계 개선 등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 시행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석유 산업이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언론과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병원(대한석유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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