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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소원
입력2003-07-02 00:00:00
수정
2003.07.02 00:00:00
“이봐, 당신은 언젠가 이 자리 안 할거야”
환란전인 97년초 과천 강경식 경제기획원(현 재정경제부) 장관 집무실. 전윤철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는 산하기관이 전무하다. 소보원(한국소보자보호원)을 재경부에서 공정위 산하기관으로 옮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강 장관은 이런 질책성 질문으로 대응했다. (동석자의 증언).
전 위원장은 `소보원 쟁취`라는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원을 찾았다. 전 위원장은 강 장관이 호방한 성격인 탓에 소보원 이전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어금니를 깨문 채 돌아서야 했다. YS 정부시절 호남인맥으로 분류된 전 위원장이 재경원장관자리에 올라갈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래서 `전위원장의 참담함은 더 컸다`고 동석자는 전했다.
DJ정부가 들어서자 전 위원장은 기획예산처장관, 청와대비서실장을 거쳐 마침내 경제기획원장관까지 수직 상승했다. 전 위원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소보원을 재경부에서 공정위 산하기관으로 옮길 수 있는 요직을 차지했다.
그러나 소보원은 여전히 공정위가 아닌 재경부 산하기관으로 남아있다. 공정위 관료들이 전위원장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금도 산하기관을 확보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산하 감독기관이래야 공정거래협회 단 한곳에 불과해 공정위는 매년 인사철만 되면 퇴직한 공무원 처리 문제를 놓고 머리를 싸맨다. 과거 모 국장은 단 3명에 불과한 상임위원(1급)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면서 “진급시켜주면 딱 3개월만하고 미련없이 사표를 내겠다”R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진급한 후 계속 그 자리를 고수하자 후배들로부터 `약속을 지키라`라는 험한 말을 듣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금 전환기에 서있다. 투명한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되면 공정위의 업무 중심은 소비자보호 쪽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선진국의 사례가 입증한다. 소보원을 간절히 원하는 것도 공정위가 이런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소보원이 공정위 산하로 들어가는 게 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인사 배출구를 위한 창구를 찾는 목적이라면 공정위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정승량 기자(경제부)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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