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위해 5년째 신용카드 모집인 일을 하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이모씨는 요즘 우울하다. 신용카드 발급 규제로 예전처럼 신용카드 모집을 마음껏 할 수 없다. 할당량 채우기에 급급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할당량도 많지 않다. 신규발급 건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카드 모집이 많지 않으면서 수당도 확 줄었다. 아이들 학원비나 물가는 오르는데 수입이 적어지자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 이씨는 오늘도 고민이다. 대한민국 아주머니들에게 카드 모집인과 보험설계사는 주요 활동무대 가운데 하나다. 카드모집인 5만여명, 보험설계사 32만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아주머니의 몫이다. 보험판매왕ㆍ카드모집왕 등을 휩쓸기도 한다.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상품을 판매하고 받는 수당은 가계의 생계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세밑 이들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 규제나 금융 당국이 추진 중인 보험 판매수당의 선(先)지급비율 조정이 시행되면 지갑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신용카드 발급 규제는 영업 위축으로 카드 모집인의 수입에 바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7월 금융 당국은 카드사에 연간 카드 신규발급 건수를 전체 카드 발급 건수의 3% 이내로 제한하라고 지도했다. 6월 발표된 '신용카드사 등의 과도한 외형 확대경쟁 차단 특별대책'에 따른 조치다. 여기에는 마케팅비용 규제 또한 포함돼 있어 모집수당이 현재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몇몇 카드사는 모집인 수당을 마케팅비용에 귀속시키고 있는데 마케팅비용이 규제를 받으면 수당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규제로 마케팅비용이 줄어들면 모집인 수당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8월 말 현재 카드 모집인은 5만700여명이고 대부분은 생계형인데 수당 축소가 가계수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험 판매수당은 성격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첫해 받는 수당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보험설계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1년에 90%(보험업계 평균치)까지 선지급하고 있는 보험 판매수당을 70%까지 낮추고 나머지 30%는 7년에 걸쳐 분할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체 수당에는 변화가 없지만 첫해 받는 수당이 20%포인트가량 줄면서 한동안은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설계사들은 판매수당 지급제도 개선에 반대한다. 설계사들은 초기에 받는 수당 중 30%가량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비용으로 쓰는데 수당 수입이 줄면 영업활동까지 위축돼 이중고를 겪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제도 개선안은 마련했지만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것도 설계사들의 이 같은 반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설계사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등록 설계사가 각각 15만330명, 16만9,540명에 이른다. 대략 32만가구가 보험 판매수당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6년째 보험설계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첫해 받는 판매수당이 많이 줄면 당장의 수입에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분할지급되는 금액이 충분히 쌓여야 수당의 차이가 없어지겠지만 그러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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