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최철한의 자신감 제5보(101~127) 갑자기 판이 좁아졌다. 흑7로 이은 수는 반상 최대. 백으로서는 8로 씌워서 이용하고 버리는 수밖에 없다. 안팎으로 20집이 넘는 큰끝내기에 해당한다. 최철한은 이것으로 흑이 조금쯤은 남는다고 믿었다. ‘조금쯤은 남는다’는 믿음. 이창호를 상대로 한 대국에서 이런 믿음을 가질 수 있다니. 끝내기 단계에서도 이창호에게 대등하게 마무리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 흑번으로 계속 이겨온 최철한에게는 어느덧 자신감이 생겨 있었다. 그 자신감이 결국 승기를 휘어잡는 원동력이 되었다. 미세한 바둑이 되면 신산 이창호를 절대 이기지 못한다는 생각.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의 고수들에게도 오래 전부터 박혀 버린 생각이었다. 이창호 편에서는 신산이라는 정평의 프리미엄이었고 그것을 오랫동안 누려왔다. 그런데 겁없는 소년 최철한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이창호신산에 대한 주눅이. 놀랍게도 이창호쪽에서 끝내기 실수가 나왔고 최철한은 전광석화처럼 응징하여 승세를 확보한다. 백18이 패착. 가에 먼저 뛰어 백나를 응수시키고서 18에 두었더라면 백의 승국이었던 것이다. 백24의 굴복은 어쩔 수 없다. 참고도의 1로 반발하는 것은 흑16까지로 더욱 손해(백13은 4의 자리)일 뿐이다.(15…10)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1-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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