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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아직 할 일 많다
입력2003-10-24 00:00:00
수정
2003.10.24 00:00:00
불과 한달 전인 지난 9월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가 석달 만에 열렸다. 당시 현안은 SK 사태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손길승 회장의 `진퇴 문제`였다.
이건희 삼성 회장 등 16명의 회장단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최근 경제상황이 80년 혼란기와 IMF 환란 때를 제외한 사상 최악의 위기 국면”이라며 대한민국 경제를 걱정했다.
비록 회장단의 불만이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로까지 이어지기는 했지만 이날 모임의 가장 큰 골간은 “어찌 됐건 재계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을 힘껏 돌파해보자”는 파이팅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손 회장의 리더십 문제는 이 같은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재신임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전경련 존폐`에 대한 위기도 대충 이런 선에서 봉합되는 모습이었다.
전경련은 하지만 최근 또다시 조직 존폐의 위기에 마주쳤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사태로 이어진 기업들의 정치자금 수수 문제가 국가 고질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제의 중심에는 영락없이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손 회장은 한달 전 회장단의 재신임으로 사실상 재계의 면죄부를 거머쥐었지만 이번 사안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손 회장의 퇴진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지 오래다. 단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 누구 누구가 적임자라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 와중에 전경련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해체론`이다. 이제는 한국경제를 위해 별다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말하기 뭣하지만 `정치자금이나 제공하는 오너들의 친목단체`쯤으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불과 한달 전 정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했던 전경련이 이제는 오히려 `재계 리더십 부재`라는 질타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직 전경련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건강한 국가를 위해 노조와 시민단체처럼 건강한 비판세력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경제의 견인차인 건강한 재계의 창구도 필요하다. 전경련이 재계 리더십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문성진기자(산업부)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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